발행일
2025-11-26 11:10 (수)

[금요산책] 강원의 자부심으로 빚어낸 7년 등산 교육의 서사

▲ 민병준 국립등산학교장
▲ 민병준 국립등산학교장
강원도 속초, 동해의 비릿한 해풍이 설악의 단단한 화강암에 부딪히며 장엄한 서사를 만들어내는 곳. 강원도의 심오한 정기가 머무는 설악산 자락에 국립등산학교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2018년 12월 5일 한 알의 씨앗처럼 작은 시작을 알렸던 우리 학교는 7년이라는 세월을 거름 삼아 이제 대한민국 등산 교육의 굳건한 기둥으로 우뚝 섰습니다. 산이 지닌 유구한 세월에 비할 수 없는 찰나이지만 이 땅의 모든 이에게 안전하고 건전한 등산 문화를 선사하겠다는 신념으로 쉼 없이 달려온 시간이었기에 그 무게가 남다릅니다.

국립등산학교는 단순히 등산 기술을 가르치는 공간이 아닙니다. 산이 우리에게 주는 겸손과 경이로움의 가르침을, 가장 충실한 산의 언어로 세상과 나누는 통로입니다. 국립등산학교의 태동은 한국 산악의 새로운 역사를 쓰는 웅대한 작업이었습니다. 과거 등산 교육은 ‘알파인 클럽’처럼 소수의 정예 산악인을 위한 성역에 가까웠습니다.

그러나 국립등산학교는 문턱을 활짝 열고, 모든 국민이 산을 안전하게 누리며 삶의 지혜와 건강을 얻도록 돕는 공적 사명을 시작했습니다. 초창기부터 전문 산악인 양성이라는 본연의 임무는 물론, 숲길 근로자와 산악구조대원들에게 최고 수준의 조난구조 기술 및 현장 실습 교육을 제공하며 ‘안전 제일’이라는 사회적 책무를 다해왔습니다.

특히 전국 최초로 청소년 공교육에 산의 가치를 심어주는 ‘고교학점제 등산과 야영’, 자유학기제 ‘텐트 밖은 설악’ 과정은 국립등산학교가 자랑하는 선구적인 업적입니다. 또한 매년 산악구조대 교육 훈련 과정을 운영하고, 민·관 합동 산악구조경진대회를 개최해 전국 단위의 산악구조대원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핵심적인 기여를 해왔습니다.

현재 국립등산학교는 ‘산’이라는 거대한 교과서를 펼쳐 놓고, 그 역할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교육은 더 이상 고정된 틀 안에 머물지 않습니다.

일반인과 가족, 청소년은 기본이며, 공직자나 기업체 근로자를 위한 특화된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등산 교육 소외 계층과 등산학교를 찾기 어려운 일반인을 위해 직접 방문하는 ‘찾아가는 등산학교’를 통해 교육의 지평을 무한히 넓히고 있습니다. 나아가 학교는 국가 등산 교육의 표준을 제시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표준 등산 교재’를 최신 정보로 개정하고 학습지도안 개발을 위한 교정위원회와 교육과정자문위원회를 운영하며 콘텐츠의 깊이를 더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등산학교, 대한산악연맹 교육원 등 산악 교육의 네트워크를 유기적으로 강화하고 있습니다.

국립등산학교는 단순히 등산을 가르치는 기관을 넘어, 전국 산악 교육 전문가들과 함께 산악 문화 전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설계하는 지혜로운 ‘싱크탱크’ 역할을 겸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가올 미래, 국립등산학교는 더욱 지혜롭고 안전한 산행 문화를 꽃피우는 비전을 강원도의 자부심과 함께 품고 있습니다. 특히 AI·디지털 기반의 안전 대응 역량을 극대화함으로써, 예측 불가능한 자연의 섭리 속에서도 국민의 산악 안전을 지켜내는 ‘신뢰의 베이스캠프’로 거듭나고자 합니다.

산은 묵묵히 그 자리에 서서 우리에게 인내와 겸손, 그리고 생명의 소중함을 가르칩니다. 국립등산학교는 지난 7년간 강원도 설악의 품에서 받은 이 숭고한 가르침을 교육이라는 빛으로 재해석해 왔습니다.

우리는 이 ‘강원도의 힘’이 속초에서 시작돼 강원도 전체로 확산되고, 궁극적으로 대한민국 산악 문화의 선진화로 이어지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앞으로도 국립등산학교는 산의 본질적인 가치를 수호하는 동시에,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안전 기술을 능동적으로 포용할 것입니다. 모든 국민이 안전하게 산의 위로와 기쁨을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든든한 등산 교육의 길잡이가 될 것을 약속드립니다. 설악의 이름으로, 강원도의 이름으로.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추천 많은 뉴스
지금 뜨고 있는 뉴스
강원도민일보를 응원해주세요

정론직필(正論直筆)로 보답하겠습니다

후원하기
  • 주소: 강원특별자치도 춘천시 후석로462번길 22, 강원도민일보사(후평동 257-27)
  • 대표전화: 033-260-9000
  • 팩스: 033-243-7212
  • 법인명: (주)강원도민일보
  • 제호: 강원도민일보
  • 사업자등록번호: 221-81-05601
  • 등록번호: 강원 아 00097
  • 등록일: 2011-09-08
  • 창간일: 1992-11-26
  • 발행인: 김중석
  • 편집ㆍ인쇄인: 경민현
  • 미디어실장: 남궁창성
  • 논설실장: 이수영
  • 편집국장: 이 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김동화
ND소프트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