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잘하면 일반고, 못하면 직업계고”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들려오는 이 말은 안타깝다. 시대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직업교육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과거의 틀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지금의 산업 변화 속도는 더 이상 이런 편견으로는 미래를 준비할 수 없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직업교육은 우리 경제의 뿌리이자 국가 성장의 동력이다. 반도체, 전기차, 로봇, 에너지, 항공정비, AI 등 전략산업의 현장에는 수많은 직업계고 출신 젊은 기술인들이 있다. 그들의 손끝에서 대한민국의 기술력과 경쟁력이 피어난다. 이렇듯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고 있음에도, 직업계고는 여전히 ‘선택받지 못하는 학교’라는 낙인이 따라다닌다.
문제의 근본에는 여전히 ‘입시 중심’의 교육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대학 진학만이 성공의 척도처럼 여겨지다 보니, 학생과 학부모 모두 적성과 비전보다는 일반고 진학을 우선시한다. 이로 인해 직업계고는 지원 미달이 반복되고, 우수한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직업교육은 성적이 아니라 적성과 열정으로 선택하는 교육이어야 한다. 손으로 창조하고 기술로 혁신하는 능력은 점수로만 평가될 수 없다. 실제로 많은 직업계고 학생들이 대기업, 공기업, 연구기관 등에서 활약하고 있으며, 기능올림픽 수상자나 기술 창업가로 성장한 사례도 적지 않다. 이들이야말로 대한민국 산업의 실질적 주역이다.
다행히 강원도교육청은 이러한 현실을 깊이 인식하고, 직업계고 학과 개편과 실습환경 개선, 교원 전문성 강화 등에 힘쓰고 있다. 특히 산업 현장의 수요를 반영한 학과 재구조화와 맞춤형 교육은 학생들에게 실질적 경쟁력을 높여주는 중요한 변화다. 이러한 노력이 지속될 때, 강원도의 직업교육은 분명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이다.
이제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가 절실하다. 학부모와 학생이 직업계고를 ‘기술로 미래를 여는 학교’로 인식하고, 지역사회와 산업계가 함께 협력할 때 비로소 진정한 직업교육의 가치가 실현될 수 있다. 학교는 점수를 기준으로 서열을 매기는 곳이 아니라, 학생이 자신의 재능과 꿈을 발견하고 성장하는 곳이어야 한다.
직업교육이 흔들리면 대한민국 경제도 흔들린다. 우수한 학생들이 성적에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기술의 길을 선택하고, 사회가 그 선택을 존중해주는 나라-그것이 진정한 교육 선진국의 모습이다. 직업교육이 바로 설 때, 대한민국의 미래도 바로 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