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10 (수)

국적·인종의 벽 허물다…이주여성·교회공동체 ‘특별한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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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교구 여성포럼 토크콘서트
“가정폭력 등 고충 상담 증가
행정 연계 위기가정 발굴 필요”

▲ 천주교 춘천교구 2025 여성 포럼 이주여성과 교회 공동체의 동행 콘서트가 22일 춘천 한삶의 집 대강당에서 열렸다.
▲ 천주교 춘천교구 2025 여성 포럼 이주여성과 교회 공동체의 동행 콘서트가 22일 춘천 한삶의 집 대강당에서 열렸다.

천주교 춘천교구 2025 여성 포럼 이주여성과 교회 공동체의 동행 콘서트가 22일 춘천 한삶의 집 대강당에서 열렸다. 이날 토크콘서트는 ‘함께 하는 우리, 함께 짓는 희망’을 주제로 김주영 춘천교구장을 비롯해 이주여성과 시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필리핀 이주여성 ‘헬렌과 그의 친구들’의 사전 공연을 시작으로 주제 발표와 이주 여성의 패널 토론이 진행됐다.

김주영 춘천교구장은 “자기가 태어난 곳에서 계속 사는 사람들은 흔하지 않다. 모두가 이방인으로 사는 것”이라며 “출신 국가와 인종 등과 관계없이 다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신앙 공동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기남 춘천교구여성연합회장은 “우리는 모두 각기 다른 지역과 문화를 배경으로 살아가지만, 여성으로서 서로의 삶을 나누고 연대하는 연결 지점이 있다”며 “이번 콘서트는 그 연결을 확인하고 더 넓은 환대와 이해의 길로 나아가는 첫 걸음”이라고 했다.

탁운순 강원이주여성상담소장은 ‘이주여성의 삶과 도전, 그리고 희망-살아남는 것을 넘어, 잘 살아갈 수 있도록‘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외국인 체류 현황은 강원도 총인구 대비 2.5%이며, 결혼이민자 체류는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2021년 4월 개소한 강원이주여성상담소는 지난달까지 2만7796건의 상담을 진행했으며 월평균 505건, 월 100명 상담을 해왔다. 가정폭력과 가족문제 상담이 1만6239건으로 전체 상담의 54.8%를 차지한다.

2022년 통계청의 외국인과 혼인 이혼 요약 자료에 따르면 강원도의 국제 결혼건수는 전년 대비 41.7%P가 늘어나, 전국 외국인 혼인건수 증가(27.2

%P)에 비해 증가 폭이 가팔랐지만, 전국적으로 이주여성의 이혼 건수는 전년 대비 5.9% 감소한 반면 강원도의 이혼 건수는 12.6%로 전국 단위보다 두배 이상 증가했다.

탁 소장은 “결혼 중개 과정에서의 인권침해와 이윤추구, 짧은 교제 기간으로 인한 배우자 정보 누락으로 이주 여성은 고통을 겪는다. 한국인 중개업자가 결혼 유지를 강요하기도 하며, 혼인 후 90일 이내에 남편과 출입국사무소에 가지 않으면 외국인 등록증조차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이주여성을 데려오는 비용을 갚기 전에는 아무 데도 못 간다’며 가족이 아닌 채권자처럼 여성을 대하는 경우도 있다. 교회 공동체는 기본적 인간 존엄성 옹호와 환대를 이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날 이주여성들이 패널로 참여해, 한국에서의 삶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캄보디아 출신 오유빈 씨는 “한국에 온 지 14년으로 캄보디아에서는 대가족이었다. 경찰공무원을 역임한 아버지가 집안을 떠나면서 어머니가 홀로 자식 9명을 키웠다”며 “엄마처럼 살지 말라는 말에 한국에 와서 잘 살고 싶어 결혼했다. 그러나 남편의 폭력 끝에 아이를 데리고 이혼했다”고 했다.

오 씨는 “직장을 다니면서 잘 살기 위해 일어서고 있다. 이주여성상담소에서 통역 업무를 맡으며, 앞으로 지역 이주여성을 도와주는 아버지처럼 멋진 사람이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출신 이민정 씨는 “남편과 위기 상황일 때 쉼터의 도움을 받았고, 다시 가족이 뭉치자는 마음으로 행복하게 살기 위해 돌아왔다”며 “상담소가 없었으면 고충 해결 방안을 몰랐기 때문에 어려웠을 것이다. 상담사로 일한 지 3년 됐다. 한국어를 공부하며 사회복지사 2급을 땄으며, 이주여성들을 지원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필리핀 출신 비벌리 부나 씨는 “시부모님과 장손인 남편과 살면서 큰집에서 명절이면 가족들과 모일 때마다 언어 장벽 때문에 힘들었다”며 “그때 천주교 필리핀 수녀님을 만나 상담도 많이 하고, 종교적인 공동체에서 힘을 얻었다. 앞으로 춘천에서 외국인이 의지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박미라 더불어이주민 플러스 전 대표는 “이주민과 같이 활동하는 2017년 단체로, 영화를 주제로 만든 자조모임으로 활동하며 매년 이주민영화제를 개최하고 있다”며 “행정복지센터가 이주단체와 연계해 이주여성 위기 가정을 발굴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채윤 기자 cylee@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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