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식된 상륜부 분리·복제품 설치
보존처리 후 성보박물관서 전시
보개·수연 등 불교 상징 형상화
“법당 앞 구층석탑은 기이하고 신령하여 마치 하늘이 만든 것 같다”
(1687년 월정사를 찾은 정시한의 ‘산중일기’ 중)
국보 평창 월정사팔각구층석탑 상륜부 금속장엄물에 대한 보존처리가 완료돼 25일부터 오대산 월정사 성보박물관(관장 해운 스님)에서 전시된다.
월정사팔각구층석탑은 오래전부터 고려 석탑의 화려함과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었던 경탄의 대상이었다. 고려 문신과 여러 문인이 월정사를 유람하면서 석탑을 기록했다. 금속장엄물은 불교에서 사리를 봉안할 때 사용하는 금속으로 만든 장식품과 용기로, 월정사팔각구층석탑 상륜부 금속장엄물은 월정사 적광전 앞 팔각구층석탑 상륜부를 구성하던 원형 그대로였다. 그러나 2019~2024년 해체·보수 과정에서 오랜 세월 누적된 환경적 요인으로 심각한 부식이 확인돼, 금속장엄물은 보존 처리를 진행했으며 복원품을 새로 제작해 탑에 설치했다.
2024년 무형문화유산 기능보유자들의 전통 기법으로 새 상륜부 금속장엄물이 복원·설치되었고, 애초 설치되었던 금속장엄물은 장기간의 보존 처리 완료 후 월정사성보박물관 전시실에서 공개하게 됐다.
이번 공개되는 금속장엄물은 그간 탑 아래에서만 볼 수 있었던 월정사팔각구층석탑 상륜부의 구조를 모두 확인할 수 있다.
석탑은 옥개석과 상륜부의 노반(露盤)·복발(覆鉢)·앙화(仰花)·보륜(寶輪)은 석재이며, 보개(寶蓋)·수연(水煙)·용차(龍車)·보주(寶珠)·찰주(擦柱)는 금속으로 구성돼 있다. 제작 과정에서 남은 흔적이나 고려시대의 수리 흔적, 1970년대 보수 당시 황동판을 용접해 덧댄 보개 꽃무늬 장식 등 보존 처리의 역사까지 함께 확인할 수 있다.
상륜부는 불탑의 의미를 완성하는 상징적·종교적 기능을 가진 요소로, 고려시대 불교 공예품의 장엄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특히 ‘보개’와 ‘수연’은 여러 조각 기법을 적용해 구름과 산, 연꽃잎 등을 새기고 표면에는 수은아말감기법으로 도금을 입혔다. 수연에서 볼 수 있는 불법승 중 법과 여래의 진리를 상징하고 구름과 연기 모양의 표현은 석가모니의 지혜가 세계로 퍼져나가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금속장엄물 중 석탑 상륜부 장엄물을 고정하는 찰주 끝을 장식한 선단부, 우주와 부처의 진리를 상징하는 둥근 원 모양의 용차·보주와 석재로 이루어진 9개의 보륜과 부재와 부재 사이에는 간주쇠가 있고, 보개장엄물과 석탑 옥개석에 달려 바람이 불 때 소리를 내는 장식품인 풍탁 등은 구리와 주석 합금인 청동으로 주물로 제작됐다.
석탑의 금속장엄물은 고려시대 금속공예 기법인 단금, 단조, 주물, 조각, 아말감 도금 등이 총 망라된 고려시대 최고의 공예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고 박물관은 평가했다. 또 9층 옥개석에서 금속장엄물로 이어지는 치밀한 체감 비례와 하늘로 비상하는 듯한 율동적 구성은 월정사팔각구층석탑이 지닌 조형적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이채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