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정보 속에서 이제는
‘무엇을 쓸 것인가’ 질문 중요
다양성과 공존의 가치 존중
갈등 치유·화합 이끌어내는
언론의 역할 다해주길 기대
강원도민일보 창간 33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도민을 생각하는 신문, 도민이 사랑하는 신문’을 기치로 내걸고 1992년 첫발을 내디딘 강원도민일보가 이제 33번째 생일을 맞았습니다. 새해에 울리는 제야의 종은 총 33번을 칩니다. 불교에서는 도리천에 있는 33개의 하늘(천)을 상징하고 나라의 안녕과 국민의 평안을 기원하는 의미를 갖습니다. 33년이라는 시간 동안 강원도민일보는 강원도의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지역 사회의 든든한 동반자로 성장해 왔습니다.
월정사가 간직한 1400년의 역사가 그러하듯, 언론은 한 지역의 역사를 기록하고 미래를 밝히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강원도민일보는 지난 33년간 강원도의 중요한 순간들을 함께했습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와 강원특별자치도의 출범이라는 역사적 순간을 기록하며 도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었고, 지역 현안에 대한 심층 보도를 통해 건강한 공론의 장을 만들어 왔습니다.
특히 오대산 월정사와 강원도민일보는 과거부터 깊은 인연을 맺어왔습니다. 조선왕조실록·의궤 오대산 사고본이 본래 자리로 돌아오기까지 그 과정과 의미를 밝혀주었습니다. 문화유산과 지역 축제 소식 등 월정사의 활동 뿐만 아니라 탄소중립 녹색전환을 위해 강원도민의 마음을 모으고 미래세대를 위한 사회공헌활동에도 함께 해 왔습니다. 그간 월정사와 공동으로 오대산 천년숲 선재길 걷기 대회를 통해 사람들의 심신을 치유해주고, 오대산 에코포럼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화두를 던져왔습니다.
강원도민일보는 창간 33주년을 맞아 전국에 디지털뉴스를 전하는 ‘국민 미디어’로 성장하고 ‘사원 중심’의 책임경영과 AI 활용을 통한 하이브리드 신문으로 도약하는 비전을 밝힌바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뉴스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지역의 역사와 미래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또한 급변하는 시대에 맞춰 지역민의 역량 강화에도 힘쓰는 모습은 강원도민일보가 과거와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혁신하는 언론임을 증명합니다.
누군가는 현재를 ‘분노의 시대’라고도 표현합니다. 그러나 생명의 문제를 직시한다면 우리는 이와 같은 일들을 헤쳐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올해 산림녹화기록물의 유네스코 등재는 인간이 자연 생태계의 회복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AI 시대는 이제 현실이 됐습니다. 그럴수록 우리가 두 발을 딛고 있는 이 땅의 중요성을 망각해서는 안됩니다. 생명평화로의 문명 전환의 길, 인간과 자연생명의 차별없는 공존입니다. 중앙으로 집중된 시선을 지역으로 돌리자는 강원도민일보의 가치가 뭇 생명에게도 함께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탄허 대종사께서는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가르침으로 ‘화엄’을 꼽았습니다. 분별이 없는 연결된 세상, AI는 화엄의 바다와도 같은 맥락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떤 것도 차별없이 모두가 꽃입니다. 이분법적 상대적 개념에서 벗어나 전체의 연결, 공생과 공존의 가치를 생각하는 일입니다. 모든 것이 연결돼 있기에 개인과 전체를 함께 아우르는 것이 신문이 나아갈 길입니다.
월정사는 마음의 평화와 치유를 위한 명상 공간을 제공하며, 현대인의 지친 마음을 달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강원도민일보 또한 혼탁한 정보의 바다 속에서 독자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마음의 혼란을 다스리는 지혜를 전달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왜곡되지 않은 진실을 추구하고, 소외된 이웃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노력은 곧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지키는 일이자, “모든 생명은 연결되어 함께 빛난다”라는 월정사가 추구하는 자비와 이타의 정신과 맞닿아 있습니다.
수많은 정보 속에서 이제는 ‘무엇을 쓸 것인가’라는 질문이 중요해졌습니다. 매일 온라인으로 수많은 기사가 쏟아져 나오지만 디지털 문화 속에 감각적으로 흘러가는 측면이 많습니다. 깊이 있는 고민으로 오래도록 누군가의 기억에 남는 기사는 더 절실해진 시기입니다.
앞으로도 강원도민일보가 종교계의 다양성과 공존의 가치를 존중하며, 지역 사회의 갈등을 치유하고 화합을 이끌어내는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다해주기를 기대합니다. 종교는 다르지만, 사랑과 자비, 정의와 평화를 추구하는 우리의 마음은 하나입니다. 자신의 것만 옳다고 여기는 이기심 대신, 평화롭게 수용하는 드넓은 마음의 품을 키워나가야 할 때입니다. 분노 대신, 누구와도 손을 잡고 대화를 할 수 있는 세상에 대한 염원입니다. 앞으로 이러한 종교의 본질적인 가치를 널리 전파하고, 도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징검다리가 되어주시길 기대합니다.
다시 또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청명한 바람이 불어오는 오대산은 이미 겨울에 가까이 왔습니다. 물소리는 더욱 시원하게 흐르고, 초승달은 차오르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을 쓰던 사관의 마음, 실록이 보관된 오대산 사고를 지키던 스님(守直僧徒)들의 마음을 생각합니다. 사관의 기록은 왕 또한 함부로 검열하지 못했습니다. 강원도민일보가 이와 같은 진실된 기록가의 정신으로 강원도 역사를 써 내려가기를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