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고령친화 제조업체 강원 비율 3.1%
도내 일상생활용품 제조업체 2년새 4곳 ↓
고령층의 낮은 구매력 등 산업발전 더뎌
일본 65세 이상 취업자 수 20년 연속 증가
고령자 시장 2007년 대비 161% 성장 전망
건강관리·방문간호 서비스 등 제품군 확산
저고위 ‘에이지테크’ 관련 육성방안 논의
AI 돌봄로봇 등 5대 핵심분야 지원 약속
강원 실버산업의 현주소
초고령화시대, 실버산업은 새롭게 떠오르는 마켓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강원도는 이미 ‘초고령사회’ 문턱에 들어서 있다. 지난해 강원도 전체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25%를 넘어섰고 일부 농어촌 지역에서는 30%를 상회한다. 그러나 지역 경제와 산업 구조는 이 흐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고령층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고령 인구 증가를 새로운 산업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고령친화용품을 비롯한 실버산업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 추세에 적합한 실버산업을 지역 전략산업으로 육성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 사업체 수 감소, 산업 비중 전국 3.1%
강원도는 17개 시도 가운데 전국 3위에 해당하는 고령화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전국 고령친화 제조업체 중 강원기업 비율은 3.1%에 불과, 고령화 속도에 비해 산업 대응은 매우 더딘 실정이다.
보건산업진흥원이 최근 발표한 ‘고령친화 용품 제조업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2023년 기준 도내 고령친화용품 제조업 사업체는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도내 일상생활용품 제조업체는 12곳이었지만 2023년에는 8곳으로 줄었고 같은 기간 개인건강의료용품과 의사소통 보조기기 제조업체는 각각 1곳씩 줄었다. 주거설비용품 제조업체는 3년 연속 1곳에 그치고 있다.
빠른 도내 고령화에 비해 실버산업 발전이 더딘 배경에는 구조적 한계가 자리하고 있다. 강원도는 지리적 여건상 대도시에 비해 내수 소비시장이 협소하고 고령층의 실질적인 구매력 또한 낮다는게 업계의 진단이다. 춘천에 본사를 둔 이명·난청 의료기기 전문기업 엠아이제이 이창환 부사장은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에 따라 강원지역의 시니어 산업 전망에 희망을 걸고 있지만 고령층의 실제 구매력은 매우 낮아 내수만으로는 기업이 살아남기 어렵다”며 “제품에 대한 마케팅이 실제 구매 대상에까지 전달되기도 어려워 해외 수출과 온라인 플랫폼 확대 등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지 않으면 강원지역 기업들의 생존이 위태롭다”고 강조했다.
고령친화용품의 낮은 구매력과 인지도, 저조한 홍보 효과탓에 수익성 또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고령친화용품 업계의 전체 매출액은 2023년 4조 2038억원으로 1년 전보다 5.4% 감소했다. 특히 개인건강의료용품 제조업의 매출액이 2022년 3조 312억원에서 2023년 2조 2280억 원으로 26.5% 가까이 하락했다. 같은기간 업계 종사자 또한 1만 2089명에서 9922명으로 17.9% 줄었다.
■ 고령화 위기에서 기회로… ‘고령친화’ 전략 육성한 일본
한국보다 초고령사회에 먼저 진입한 일본은 고령친화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해 왔다. 총무성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일본의 65세 이상 취업자 수는 914만 명으로 20년 연속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하는 시니어’의 증가와 함께 일본은 의료기기, 간호서비스, 건강식품, 여가산업까지 포함한 ‘시니어 마켓’을 국가 내수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시켰다.
미즈호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일본의 고령자 시장 규모는 올해 2007년 대비 161% 성장한 약 101조 3000억 엔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의료·의약 산업’이 35조 엔, ‘간호 산업’이 15조 엔, ‘생활 산업’이 51조 엔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자의 생활 질 향상을 위한 홈케어 의료기기, 건강관리 서비스, 방문간호 서비스, 보행 보조기기 등 고령친화 제품군이 급속히 확산되며 산업 전반에 걸친 파급력을 키워가고 있다.
■ 정부도 ‘에이지테크’ 육성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저고위)는 최근 ‘에이지테크(Age-Tech) 민관 얼라이언스 착수 회의’를 열고 고령 친화 산업 육성 방안을 논의했다. 에이지테크는 ‘노화’와 ‘기술’의 합성어로, 고령자의 건강하고 독립적인 노후 생활을 지원하는 다양한 기술을 의미한다.
이날 착수회의로 공식 출범한 얼라이언스는 에이지테크 산업의 발전을 위해 정부의 정책역량과 민간기업과 학계의 전문 기술력을 결합하는 협력 플랫폼 역할을 수행한다. 저고위는 AI 돌봄로봇, 웨어러블 및 디지털의료기기, 노인성질환 치료 및 치료제, 항노화·재생의료, 스마트 홈케어등 5대 핵심분야에 대해 기술개발, 실증지원, 초기수요 창출, 수출지원 등 전 주기에 걸쳐 체계적인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기술투자와 관련해선 현재 연 3900억원으로 추산되는 투자 수준을 대폭 확대해 제5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반영하며, ‘디지털 대전환 플래그십 프로젝트’는 2026년까지 사업기획을 마치고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할 예정이다.
김혜정 기자 hyejkim@kado.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