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포 절경과 함께하는 ‘고생과 환희의 교차점’
‘구천은하(九天銀河)’. 설악산의 명소인 대승폭포(大勝瀑布·한계폭포)를 바라보는 전망대 주변 반석 위에 새겨져 있는 글귀이다. 당나라 시인 이백이 여산의 폭포를 보고 지은 시(詩), ‘망여산폭포(望廬山瀑布)’에 나오는 ‘疑是銀河落九天(의시은하낙구천)’에서 따온 말이다. 까마득한 하늘 꼭대기에서 은하수가 떨어지는 듯하다’로 풀이된다. 폭포 주변 안내판에는 ‘대승폭포의 장쾌함이 여산폭포에 견줘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자부심의 표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글씨의 주인은 아리송해 더 연구가 필요하다. 조선시대 명필 양사언(楊士彦)의 글씨라고 전해지는 설과 헌종 3년(1837) 강원감사 홍치규(洪穉圭)가 썼다는 설, 곡운(谷雲) 김수증(金壽增·1624∼1701년)이 남긴 글씨라는 등의 여러 설이 분분하다.
옛사람들이 수많은 찬사를 바친 대승폭포는 남설악 장수대 탐방지원센터에서 대승령(해발 1210m)으로 오르는 길에 만날 수 있는 최고 절경이다. 대승령 등산은 대승폭포를 직관하기 위한 여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폭포에서 쏟아지는 물기둥 길이만 88m. 저 유명한 개성의 박연폭포, 금강산의 구룡폭포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폭포로 꼽힌다고 하니, 그 위용에 감탄을 넘어 경외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덧붙여 북녘땅 개성을 대표하는 박연폭포에도 황진이가 이백의 시를 차용해 새긴 ‘구천은하’ 시구가 있다고 하니, 역시 맞수가 될 만하다. 대승폭포를 예찬한 구천은하가 글귀가 새겨진 바위 반석은 표면이 울퉁불퉁하다. 탐방객들이 석각 글씨의 존재를 모르고 마구 밟을 우려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안내판에는 ‘구천은하를 찾아보되, 밟지는 말라’는 경계의 글이 더해져 있다.
장수대에서 대승폭포까지 거리는 900여m. 가파르지만, 계단 등이 잘 정비돼 있어 1시간 정도면 충분히 오를 수 있다. 폭포를 지난 뒤에는 대승령 정상까지 1.8㎞ 등산로가 또 이어진다. ‘령(嶺)’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으니, 고갯길 발품을 감내하는 것은 당연지사. 대승령 정상은 설악산에서 가장 장쾌한 산줄기로 통하는 서북능선상에 위치해 있는 갈림길이다. 복숭아탕·십이선녀탕 계곡행(行)과 귀때기청·대청봉으로 이어지는 기나긴 능선이 여기서 갈라진다. 내설악 등 여러 곳으로 통하는 길목의 고개답게, 정상의 안내판에는 ‘고생과 환희의 교차점’이라는 절묘한 표현이 숨가쁜 나그네를 격려한다.
모든 폭포가 그러하듯이, 대승폭포 또한 큰 비가 내린 뒤 장쾌한 진경을 제대로 선물하니, 요즘 같은 장마철이 제철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강릉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