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10 (수)

[최동열의 요산요설(樂山樂說)] 35. 동해·삼척 두타산

장쾌한 기상, 극한의 매력

▲ 두타산 정상
▲ 두타산 정상

영동 남부, 동해·삼척시에 참으로 장쾌한 기상을 가진 산이 있다. 두타산이다. 해발 1353m에 달하는 고산이다. 장쾌하다고 한 것은 멀리서 보면, 산 꼭대기가 피라미드를 세워 놓은 것 마냥 우뚝 솟은 기풍이 주변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산 이름은 다분히 불교적이다. ‘두타(頭陀)’라는 용어가 비운다는 뜻을 한자로 음차한 것이라고 하니, 번뇌를 털고 수행하기 좋은 산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산행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자연미의 다양성이라고 하면, 두타산은 첫손에 꼽을 만하다. 명경지수 계곡이 있고, 기암괴석 암릉군과 울창한 숲 등 발길을 붙잡는 볼거리가 도처에 널려있다. 마치 산 백화점을 아이쇼핑 하는 듯 하다고 하면 이해가 쉬울까. 산 아래 무릉계곡은 국민관광지 1호이면서 명승 37호라는 이력 그대로 볼거리가 차고 넘친다. 전체 넓이가 6600㎡에 달하는 드넓은 너럭바위인 무릉반석이 산행 초입부터 눈을 휘둥그레지게 하고, 용추폭포와 쌍폭포를 품은 계곡미가 시종 흥을 돋운다. 동양에서 ‘이상향’을 뜻하는 ‘무릉(武陵)’이라는 이름을 가질만하다. 그런데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 고행길이다. 무릉계곡에서는 편도 7㎞ 이상, 삼척시 하장면 댓재에서 시작할 경우 6.1㎞, 삼척시 미로면 천은사를 들머리로 삼을 경우 5.1㎞에 달하는 장거리 이동 수고를 감내해야 한다. 특히 무릉계곡이나 천은사 시점의 경우 동쪽 저지대에서 1000m 이상 수직으로 고도를 끌어올려야 하기에 더 힘든 고난도 등산을 각오해야 한다. 거의 난이도 끝판왕 수준이라고 할 만하다. 그래서 많은 등산객들이 해발 800m 지점의 삼척 댓재 정상에서 시작해 두타산 정상을 찍고, 무릉계곡으로 하산하는 경로를 선호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하산길 경사가 가파르기 때문에 쉬운 코스는 아니다.

두타산 정상에 서면, 호연지기가 샘솟는다. 동쪽은 아스라이 바다로 열려있고, 서쪽으로는 겹겹 산그리메가 한폭의 그림처럼 다가선다. 북쪽으로 용틀임하는 백두대간의 웅장한 질주는 또 어떤가. 청옥산∼고적대로 이어지는 해동삼봉의 고산준령이 살아 움직이는 듯 꿈틀댄다. 정상에 선 그대가 목석(木石)이 아닌 이상, 그런 풍광을 앞에 두고, 한바탕 큰 소리를 내질러 “나 여기 서 있노라”고 알리지 않을 수 없다.

두타산은 백두대간 마루금의 변곡점이기도 하다. 멀리 설악에서부터 바다를 굽어보며 남으로 내달린 백두대간은 이곳에 이르러 방향을 내륙으로 틀면서 덕항산∼태백산∼소백산∼조령산 방향으로 서남행(西南行)을 이어간다. 힘겨운 만큼 뿌듯한 산, 두타산은 그렇게 극한의 매력으로 사랑받는 산이다. 강릉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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