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10 (수)

[한NU네] 여름생존기

▲ 여름생존기
▲ 여름생존기

“이 더위, 지구가 고장 나서 그런 거 아니야?”

요즘 이런 말이 절로 나오시죠? 휴일 아침에도 전날 밤 켜둔 선풍기와 에어컨은 여전히 풀가동 중인데도 땀은 멈추질 않습니다. 지구가 본격적으로 우리를 찜통 속에서 혼낼 플랜을 가동한 건 아닐까요? 샤워를 해도 다시 땀, 피부는 끈적하고 기분은 팍팍합니다. 더위를 잘 타지 않는 저도 그야말로 여름 안에서 생존하는 중입니다.

강원지역 농작물들도 걱정입니다. 배추는 주산지인 강원 지역에 폭염과 가뭄이 겹쳐 생육 부진 우려가 커지자, 농식품부가 긴급 급수 차량과 이동식 급수장비를 지원했습니다. 또 오는 9월 수확 예정인 고랭지감자는 재배 면적이 작년보다 6.8% 줄었고 가뭄 영향으로 생육이 부진한 실정입니다.

“하늘만 쳐다보는 농사인데, 이젠 하늘이 원망스럽다”는 농민의 말이 괜히 서글프게 들립니다. 말도 안 되는 폭염에 밭에 서있는 옥수수는 그 자리에서 바로 팝콘이 될 것같고 감자는 밭에서 감자칩이 될 것같은 말도 안 되는 생각까지 듭니다.

더워도 이렇게 더울 수 있나 싶다가 엉뚱한 상상해 봅니다. 지구가 말을 한다면, 이렇게 외치지 않을까요?

“에어컨 꺼줄래? 내 속이 더 탄다” “비닐봉지, 플라스틱 일회용컵 아직도 들고 다니냐. 복수할 테다” 결국 마른장마를 보이다가 비가 오기 시작하니 폭우를 쏟아냅니다. 계절은 두더지게임의 두더지처럼 불쑥불쑥 퇴장하고 등장합니다. 지구와 기후, 자연이 “나 이쯤에서 퇴사할래”라며 짐을 싸는 모습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제 ‘덜’ 소비하고, ‘더’ 느끼고, ‘같이’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할 때입니다. 에코백은 패션이 아니라 생존의 무기이고, 채식은 유행이 아니라 지구의 신호에 응답하는 실천입니다.

이 무더위도 지나가겠지만 여운은 길게 남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폭염은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미래로부터 온 기후위기의 경고장이기도 하겠죠.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지, 무엇을 줄일 것인지, 그리고 무엇을 지킬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올여름이 끝날 무렵, 지구가 쿨하게 말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래, 너희 이번엔 조금 달라졌더라” <김영희 디지털콘텐츠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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