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동삼봉의 맏형, 묵직한 여운
청옥산을 아시냐고 물으면 대부분 고개를 갸웃한다. 덜 알려진 이름인데다 국내 여러 곳에 같은 이름의 산이 있기 때문이다. 동해·삼척에도 있고, 평창·정선에도 있고, 경북 봉화군에도 있다. 모두 한자로 ‘靑玉山’으로 표기하는 동명이산이다. 평창 미탄의 청옥산은 육백마지기로 유명하고, 경북 봉화의 청옥산은 드넓은 면적의 휴양림으로 한몫한다. 그런데 오늘 얘기를 나누고자 하는 산은 동해·삼척 백두대간 마루금에 있는 청옥산이다.
해발 1404m. 동해·삼척지역을 관통하는 백두대간 마루금의 중심에 있는 가장 높은 산이다. 남쪽으로 두타산(1353m), 북쪽으로는 고적대(1354m)로 이어진다. 청옥산·두타산·고적대를 아울러 ‘해동삼봉’이라고 부르는데, 백두대간이 남쪽으로 뻗어 내려오다가 신령스러운 태백산에 이르기 전에 동해를 향해 한번 용틀임하며 크게 솟구친 모양새이다. 청옥산이 가장 높으니, 서열로 따진다면 맏형격이다.
두타산이 피라미드처럼 우뚝 치솟아 그 외양이 압도적이라고 하면, 청옥산은 정상부가 봉긋한 경사에 다소 밋밋한 외양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서 인지, 표고로 따지면 당연히 청옥산이 제일봉인데도, 멀리서 보면 두타산이 더 높게 보이는 착시 현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높이로 보자면 청옥산이 으뜸인데도 외부에 알려진 이름으로는 두타산이 훨씬 유명한 것도 산의 분위기와 외양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겠다.
청옥산 등산은 보통 두타·청옥과 연계하거나 고적대까지 아우르는 것이 보통이다. 청옥산 만을 목표로 삼아 등산하는 이는 거의 없다. 대간 능선을 따라 청옥산 남쪽으로 3.7㎞ 거리에 두타산이 있고, 북쪽으로 2.3㎞를 가면 고적대를 만나게 되니, 연계 산행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백봉령에서 시작해 고적대∼연칠성령∼청옥산∼두타산∼댓재를 잇는 코스는 백두대간 종주 등산객들이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코스이다. 전체거리 29㎞가 넘는다. 백두대간 코스 가운데 가장 멀고 힘든 난코스로 손꼽힌다. 보통 12시간∼14시간이 걸리는 장거리, 그것도 고산준령을 타고 넘어야 하기에 종주 등산객들은 예외 없이 새벽에 백봉령이나 댓재에서 어둠을 뚫고 입산한다.
청옥·두타산이나 고적대 등 해동삼봉 만을 염두에 둔 산행은 동해 무릉계곡이나, 삼척시 하장면 댓재 등지에서 시작하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이 또한 설악산 공룡능선에 버금가는 난도를 감내해야 하기에 “두타·청옥을 오른다면, 우리나라에서 못 오를 산이 없다”고 감히 자부해도 된다.
그래서 덧붙이는 말. 험산에 도전하고 싶다면, 우선 청옥산과 두타산 정상의 묵직한 여운부터 즐겨보시라. 강릉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