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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6 11:10 (수)

[한NU네] 맴맴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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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미 [강원도민일보 자료사진]
▲ 매미 [강원도민일보 자료사진]

요즘 밤에 잘 주무시나요? ‘입추매직’인지 해가 지고 나면 에어컨 바람이 이제는 서늘합니다. 창문만 열고 자도 그리 덥지 않은 요즘이죠. 그러나 불청객이 있습니다.

한밤중, 창문 너머로 들려오는 매미의 합창. 그야말로 ‘자연의 교향곡’이라지만, 제게는 귀가 찢어질 듯한 금속음처럼 들립니다. 많은 분이 “여름이구나” 하며 낭만을 느끼시겠지만, 제 머릿속에는 “언제 가을이 오려나”라는 카운트다운이 켜집니다.

해가 지면 잠들고, 해가 뜨면 또다시 목청껏 세상에 자기 존재를 알려야 하는데, 문제는 이 매미들이 너무 성실해서, 밤늦게까지 울어댄다는 점입니다. 낮에 시끄러운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한밤중 온 동네 매미가 단합대회를 열 듯 울어대면, 잠 못 드는 저는 그 소리에 온갖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더라고요.

세상도 매미판과 다르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목소리는 어떤 이에게는 힘이 되지만, 또 다른 이에게는 소음이 됩니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주장과 논쟁, 광고와 알림은 마치 매미 떼처럼 쉴 틈 없이 귀를 두드립니다. 필요한 목소리도 있지만, 지나치게 크고 오래 이어지는 목소리는 결국 피로감을 줍니다. 더구나 듣기 싫다고 귀를 막아도, 그 진동은 벽과 창문을 넘어 스트레스가 됩니다.

매미가 그렇게 울 수 있는 것은, 여름이라는 짧은 시간에 생을 전부 걸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아니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죠. 여러분 주변에도 이런 사람들 있으시죠? 자신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남들에게 보여주려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키웁니다. 다만 그 열정이 타인을 잠 못 들게 하는 소음이 되기도 한다는 점을, 정작 당사자는 모를 때가 많습니다.

지난밤에도 매미는 악을 썼습니다. 저는 여전히 잠을 설쳤고요. 그러나 그 소리가 완전히 멈출 날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참아보지만... 여러분, 본인의 소리만 들으라고 매미처럼 너무 악쓰지는 마세요. 그렇게 울던 매미들이 여름 한 계절도 온전히 살아내지 못하는 걸 아신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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