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연지기 샘솟는 백두대간의 장쾌한 절경
백두대간은 장쾌하다. 정상에 서면, 마치 파도치듯 뭇 산줄기가 일렁이고, 발 아래 모든 군상을 거느린다. 호연지기가 절로 샘솟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여름 혹서기에도 대간 능선에는 ‘산꾼’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동해안의 백두대간은 바다를 굽어보는 호사까지 선물한다. 1000m가 넘는 산정에서 바다를 눈에 담는 경험은 인생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기에 충분하다.
그 백두대간의 호쾌한 행진을 별로 힘들이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산이 있다. ‘석병산(石屛山)’이다. 강릉시 옥계면·정선군 임계면 일대에 걸쳐있는 산이다. 한반도의 등줄기, 백두대간의 허리쯤에 위치한 중심부이다. 해발 높이는 1055m. 만만치 않은 고도이다. 그러나 백두대간 언저리에 자리잡은 정선군 임계면 백두대간 산림생태문화체험단지 펜션 시설 주차장에서 시작하는 최단거리 코스를 타게 되면, 난이도는 현저히 줄어든다. 산행 들머리가 이미 600m 고지대이기 때문에 400여m만 고도를 끌어올리면 정상에 설 수 있다. 정상까지 거리는 2.7㎞, 왕복 5.4㎞ 코스이다.
석병산은 정상미가 압권이다. ‘조물주가 회심의 한 수를 두면서 백두대간 허리에 최상의 걸작을 남긴 곳’이라고 정의해도 무리가 없다. 석병산은 그 이름처럼 깎아지른 바위 절벽이 병풍을 두른 듯 서 있는 산이다. 대부분 흙산인 이 지역 대간 줄기 가운데 오직 석병산이 거대한 바위 암릉으로 솟아나 사방으로 거침없이 트인 일망무제 장관을 선물하니, 마치 오아시스를 만난 듯 반갑다.
정상에 올랐다면, ‘일월문(日月門)’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일월문은 바위 절벽에 거대한 구멍이 뚫려있는 곳을 말하는데, 동그란 구멍의 지름이 족히 2m는 되어 보인다. 일월문이라는 이름 그대로 아침에 해 뜨는 모습이나. 한밤중에 중천에 솟은 노오란 달을 바위 절벽의 ‘창문’을 통해 구경하게 된다면,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몽환적 감상에 젖겠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희한한 볼거리이다. 일월문이 있어 석병산은 ‘일월봉’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봄·여름에는 철쭉 등 야생화가 지천으로 나그네를 반기고, 가을에는 울긋불긋 단풍이 일월문의 ‘창’을 물들이니, 만나는 것 자체가 호사이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오르고 내리는 등산로가 밋밋한 숲이어서 별 감흥이 일지 않는다는 것이지만, 요즘 같은 여름철에는 하산 길에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옛 선비들의 피서법인 탁족을 즐길 수 있다는 매력이 아쉬움을 달래고도 남는다.
오늘 석병산의 천애 절벽 위에 우뚝 선 그대, 어떠하신가? 세상을 향해 한번 용틀임하고픈 호기가 샘솟지 않는가?
강릉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