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10 (수)

[최동열의 요산요설(樂山樂說)] 42. 고성 금강산 신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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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에 발 걸치고, 설악의 위용 만끽

▲  고성 금강산 신선대
▲  고성 금강산 신선대

“에이∼무슨 소리. 금강산은 휴전선 너머 북한에 있는데, 어떻게 가?” 휴일을 맞아 친구에게 “금강산 구경가자”고 했더니,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는 답이 돌아왔다.

당연한 반응이다. ‘민족의 영산’ 금강산은 휴전선 너머 북녘, 금단의 땅에 있다는 것이 일반적 인식이니, 갈 수 없는 곳이라는 인식이 틀린 것이 아니다.

그런데 금강산 언저리에 발을 걸칠 수 있는 명산이 남녘에도 존재한다. 강원도 고성군에 있는 ‘신선대(성인대)’이다. 해발 645m 신선대는 금강산 1만2000봉이 시작되는 남쪽의 첫 산자락이다. 정상에 올라서면, 설악산의 자랑인 울산바위가 마치 안방에 걸린 산수화 한 폭처럼 코 앞에서 거대한 근육질 진경을 펼쳐놓는다. 울산바위를 눈 맞춤 높이에서 이렇게 선명하게 감상할 수 있다니! 동행한 친구는 입을 다물지 못한다. 신선대 아래 미시령을 경계로 남쪽은 설악산, 북쪽은 금강산으로 경계가 나뉘니, 이런 기막힌 조화가 연출되는 것이다.

신선대는 정상미가 탁월한 곳이다. 바위 절벽 위에 평지처럼 이어진 너른 암반 그 자체만으로도 경이롭지만, 발 아래 신평벌과 동해바다는 물론 울산바위를 필두로 설악산의 여러 산군(山群)이 경쟁하듯 눈을 유혹,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선계에 들어선 듯 아찔하다.

산행 들머리는 화암사(禾巖寺) 입구이다. 영화 ‘신과 함께’와 ‘안시성’ 촬영지로 유명한 곳이다. 한자로 ‘벼 화(禾)’자를 쓴 것이 신기하다 싶지만, 의문은 곧 풀린다. 등산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화암사의 상징인 ‘수(穗)바위’를 만나게 되는데, 여기도 ‘벼이삭 수(穗)’자를 썼다, 쌀이 나오는 전설을 간직한 명물로 통한다. 그래서 ‘쌀바위’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데, 여기서 화암사 이름이 나왔다.

정상까지는 최단거리로 편도 1.2㎞. 물론 오르막 비탈이 있기는 하지만, 별로 힘들지 않게 다녀올 수 있는 거리이다. 등산로 중턱에서는 ‘시루떡 바위’라는 명물을 만나게 되는데, 이 또한 쌀과 관련된 이름이라는 점이 의미를 더한다.

신선대는 오르는 시간보다 정상에 머무는 시간이 더 길 수밖에 없는 명산이다. 설악산 울산바위의 압도적 위용을 가장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보니 쉽게 발길을 돌리지 못한다. 더구나 울산바위는 감상 시간대와 날씨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며 ‘천의 얼굴’로 등산객을 유혹한다. 그 장쾌한 풍광을 눈에 담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향한 호승심이 절로 솟으니, 인생샷 포토존으로 이만한 곳이 없다.

그리운 금강산 출발지에 발을 걸치고, 설악의 위용을 만끽할 수 있는 명산, 그곳이 신선대이다. 강릉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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