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라는 말 아실 겁니다.
지난주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을 전후로 이 말이 새삼 떠올랐습니다. 과연 지난 100일 동안 진짜 누가 땀 흘렸고, 누가 박수를 받았을까요. 수많은 현장의 곰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재주를 부렸습니다. 새 정책을 위해 맞춰 보고서를 쓰고, 회의 자료를 만들고, 밤늦게까지 조율하며 정책을 실현하려 애쓴 분들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그러나 공식 무대 위 스포트라이트는 늘 한곳을 향했습니다. 기자회견에서, 기념식장에서, 정부 홍보자료 속에서 칭찬과 공은 ‘리더십’과 ‘비전’이라는 이름으로 몇몇 사람에 집중됐습니다. 곰이 땀 흘리며 구르는 동안 소수가 웃으며 박수를 받았습니다.
이 비슷한 장면은 우리 일상에서 반복해서 맞닥뜨립니다. 프로젝트에서 PPT를 만든 사람 따로, 칭찬받는 사람 따로, 현장에서 성과를 낸 사람 따로, 상을 받는 사람 따로입니다. ‘우리의 성과’라는 말이 쓰이지만, 구체적으로 누가 얼마만큼 기여했는지는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씁쓸합니다. 모임을 준비한 사람은 뒤로 물러서고 꽃다발은 다른 사람 손에 쥐어집니다. 사회는 늘 곰에게만 재주를 요구하고도 그 대가를 제대로 돌려주지 않습니다.
또 더 확장해서 생각해 보면 성실히 세금을 내고 규칙을 지키는 개인이 있지만, 국가는 정작 그 대가를 충분히 돌려주지 않습니다. 청년은 스펙을 쌓고 빚을 내며 미래를 준비하지만 돌아오는 건 공허한 구호뿐이고, 자영업자는 하루 열두 시간씩 가게 불을 밝히지만, 경기 침체의 책임은 국가가 온전히 짊어져 주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개인과 사회의 관계도 이처럼 곰과 왕서방의 모습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결국 곰이 무대에서 내려와 “이건 제 공입니다”라고 말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내가 한 일을 기록하고, 회의에서 내가 기여한 부분을 분명히 밝히며, 성과 배분이 불합리할 때는 문제를 제기해야 하죠. 모임에서는 준비자의 이름을 알려 주고, 조직에서는 성과를 개인별로 평가할 시스템을 요구하는 것은 어떨까요. 사회적으로는 세금과 규제가 공정하게 작동하는지 감시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곰이 화가 나서 재주 부리는 것을 갑자기 멈추기 전에 알아봐 주세요. 공정한 보상 구조를 마련해 주세요. 그럴 때 비로소 곰은 자신의 가치를 알고 무대에 또 오를 용기를 낼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