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는 언제나 검푸른 숨결로 일렁입니다.
특히 늦은 가을부터 이른 봄까지 치렁치렁 미역 한줄기를 따러 그 속으로 몸을 던지는 해녀들의 들숨과 날숨은 단순한 노동을 넘어 경외감이 듭니다. 바위에 발을 디디고 파도를 가르며 물속으로 들어가는 그 순간, 해녀들은 언제나 생사의 경계에 서 있습니다. 몇 해 전 만났던 동해안 해녀들은 인터뷰할 때마다 “저승에서 벌어 이승에서 쓴다”라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 한 줄기 미역을 따는 일이 곧 삶과 죽음을 가르는 사투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해녀들은 절대 혼자 물질하러 가지 않습니다.
해녀들이 바닷속에서 건져 올린 미역은 다시 바람을 만나 제 빛깔을 완성합니다. 봄이면 삼척 궁촌이나 장호항을 방문해 보면 해안가에서 미역을 널어 말리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갓 딴 미역이 바람과 햇볕 아래서 나란히 줄지어 누워 검푸른 빛을 띠며 익어가는 모습은, 고단한 노동이 시간이 지나 결실로 변하는 사람의 일생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 풍경 속에는 바다와 사람, 노동과 어울림이 함께하며 깊은 울림을 줍니다.
오늘 우리 사회는 풍요로움 속에서도 불안과 고립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달이 편리함을 가져왔지만, 공동체적 연대는 점점 느슨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해녀들의 삶이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죽음을 무릅쓰면서도 바다를 존중하고, 함께하는 고단한 노동 끝에도 결코 삶을 포기하지 않는 태도야말로 우리가 다시 붙들어야 할 힘이라는 사실입니다.
왜 갑자기 해녀와 미역 이야기냐고요? 이재명 대통령의 추석 선물로 삼척 돌미역이 선택됐기 때문인데요. 이것은 단순히 지역 경제를 위한 차원이 아닐 것 같아서 떠들어봅니다.
삼척 해녀들이 전하는 돌미역은 단순한 특산품의 가치가 아닙니다. 그것은 삶을 버텨내는 의지이자, 공동체가 함께 나누어야 할 교훈이죠. 이번 추석 돌미역은 단순한 지역 특산물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전하는 공동체의 가치를 되새기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바다를 향한 해녀들의 들숨과 날숨, 그리고 바닷가 햇볕 아래서 말라가는 미역 한 줄기 속에는 인간의 의지와 인내, 그리고 나눔의 정신이 담겨 있습니다. 이 작은 선물이 우리에게 주는 울림은 분명합니다. 흔들리면서도 꺾이지 않는 삶, 고단해도 포기하지 않는 마음, 그리고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다짐. 아마도 그런 이유로 대통령의 추석 선물에 삼척 돌미역이 포함된 것이 아닐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