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잘 보내고 계신가요? 긴 연휴 덕에 일찍 고향에 내려와 둘러보니 들녘마다 벼 이삭이 고개를 숙이고, 바람은 한결 선선해져 마음마저 맑아집니다. 하늘은 더없이 높고 푸르며, 길 위에는 고향을 향하는 발걸음이 차곡차곡 이어집니다. 추석은 그렇게 우리를 오래된 그리움으로 이끄는 시간입니다.
어린 시절 큰아버지와 아버지, 사촌 오빠들을 따라 추석 아침 일찍 성묘에 오르면 가장 먼저 맞아준 것은 베어낸 풀에서 피어오르는 향기였습니다. 날카롭게 잘려 나간 풀잎들이 내뿜는 신선한 냄새는 묘하게 따뜻했습니다. 청량하지만 칼칼하기도 한 그 향기를 맡으면, 세월 너머에 있는 이들이 잠시 곁에 다가와 조용히 미소 짓는 듯했습니다. 발밑에 흩날린 풀잎, 햇살에 반짝이는 이슬, 나지막이 들려오는 바람과 새소리가 하나 되어 우리를 반겨주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길가 제초작업 뒤 스쳐오는 풀향기는 그리움을 불러오고 다시금 위로가 되곤 합니다. 함께했던 시간은 바람에 흩어지지 않고, 풀냄새처럼 은은히 남아 우리 곁을 지켜줍니다.
추석은 마음의 고향을 찾는 날이기도 합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같은 달빛 아래 서로의 마음은 이어져 있습니다. 가족의 따뜻한 손길, 오랜만의 웃음소리, 정성껏 차려낸 음식 한 상에는 말로 다 못할 위로가 담겨 있습니다.
이번 명절,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곁에 있는 이들의 눈빛을 오래 바라보시길 바랍니다. 또 마음 깊이 그리운 이들을 떠올리며 감사의 마음을 전해보시길 바랍니다. 올해 둥근 보름달은 구름에 가려 보기 어려울지라도, 그 뒤에서 변함없이 한가득 차오르듯 여러분의 마음에도 평안과 따뜻함이 차오르기를 기원합니다.
풍성한 한가위,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평안히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웃과 정을 나누는 작은 손길이 모여, 모두의 마음에 더 큰 보름달이 떠오르기를 소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