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10 (수)

[뉴스옆자리] 추억의 노래

▲ KBS 2TV 광복 80주년 KBS 대기획 ‘조용필, 이 순간을 영원히’ 방송 모습.
▲ KBS 2TV 광복 80주년 KBS 대기획 ‘조용필, 이 순간을 영원히’ 방송 모습.

지난주 금요일 출근하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제 정말 일상이 다시 시작됐습니다. 연휴에 뭐 하셨나요?

추석 연휴 동안 저희 집은 늘 그렇듯 조용했습니다. 그나마 시끄러웠던 건 텔레비전이었죠. TV를 보며 연휴 초반을 보내던 중, 화면 오른쪽 상단에는 ‘조용필 콘서트 방영 예정’이라는 자막이 수시로 등장했고, 엄마는 두 번, 세 번 그 날짜를 물어보셨습니다.

“엄마, 조용필 좋아해?”

“노래들이 다 좋잖아.”

고척돔에서 열린 공연이 방송되는 순간, 그리고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울려 퍼질 때, 그 노래는 과거의 기억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공기 속에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엄마도 저도 나란히 흥얼거리며, 세월을 건너온 멜로디에 웃음을 나눴습니다.

올 추석, 방송 3사는 유난히 ‘추억’을 중심에 뒀습니다. KBS의 ‘이 순간을 영원히 조용필’, MBC의 ‘놀면 뭐하니?-80s MBC 서울가요제’, SBS의 ‘우리들의 발라드’까지. 1980년대 가요와 무대, 그리고 익숙한 목소리들이 다시 소환되며 ‘추억’은 그 자체로 강력한 콘텐츠가 됐습니다. 실제 시청률도 이를 증명하듯 높았습니다.

요즘 미디어는 늘 빠름과 새로움에 중독돼 있습니다. ‘최초’, ‘최신’, ‘핫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으면 금세 잊히기 일쑤죠. 그런데 이번 추석의 승자는, 역설적이게도 ‘옛날 이야기’를 가장 정성스럽게 들려준 방송이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 빠르게 달려오며 놓쳐버린 정서의 속도, 기억의 온도를 되찾고 싶었던 건 아닐까요.

방송이 ‘추억’을 계산된 시청률 전략으로만 여기지 않았으면 합니다. 추억은 상품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천천히 꺼내볼 때 가장 따뜻하고 빛나는 것이니까요.

이제 텔레비전의 주 시청자는 빠르게 늙어가는 중장년층이라고 합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들이 조용필과 이선희를 들으며 쌓아온 감성의 토대 위에서 지금의 K-팝, K-컬처가 세계 무대에서 빛나고 있습니다. 추억은 단순한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비추는 또 하나의 거울인 셈이죠.

이번 연휴, 조용필의 노래는 세월을 건너와 엄마와 제가 함께 웃고 노래하는 시간을 선물해줬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결국 추억은 과거를 되돌아보는 일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더 사랑하게 만드는 일이라는 것을요.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추천 많은 뉴스
지금 뜨고 있는 뉴스
강원도민일보를 응원해주세요

정론직필(正論直筆)로 보답하겠습니다

후원하기
  • 주소: 강원특별자치도 춘천시 후석로462번길 22, 강원도민일보사(후평동 257-27)
  • 대표전화: 033-260-9000
  • 팩스: 033-243-7212
  • 법인명: (주)강원도민일보
  • 제호: 강원도민일보
  • 사업자등록번호: 221-81-05601
  • 등록번호: 강원 아 00097
  • 등록일: 2011-09-08
  • 창간일: 1992-11-26
  • 발행인: 김중석
  • 편집ㆍ인쇄인: 경민현
  • 미디어실장: 남궁창성
  • 논설실장: 이수영
  • 편집국장: 이 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김동화
ND소프트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