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수확의 계절입니다. 논밭마다 황금빛 이삭이 고개를 숙이고, 과수원에는 햇살에 익은 열매들이 주렁주렁 달려야합니다. 그러나 그 풍요로움은 하루아침에 얻어진 것이 아닌 걸 아시죠? 봄에 씨를 뿌리고 여름의 태양과 폭우를 견뎌낸 끝에야 비로소 가을의 결실을 얻습니다. 자연의 법칙은 단순합니다. 뿌린 만큼 거두는 것, 기다린 만큼 얻는 것이 자연의 법칙일 겁니다.
진짜 부(富)는 계절을 견뎌낸 사람의 몫이어야 합니다. 봄에 씨앗을 심을 용기, 여름의 땡볕 속에서도 물을 주는 인내, 그리고 태풍 앞에서 꿋꿋이 서 있는 믿음. 이 모든 과정을 통과해야만 비로소 ‘가을’을 얻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시간을 건너뛴 수확은 없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고 노력 없는 결실도 없어야 합니다. 그런데 요즘 세상은 이 오래된 진리를 자꾸 외면하려 하고 있습니다.
SNS를 켜면 ‘하루 10분 투자로 월 천만원’, ‘앉아서 돈 버는 시스템’ 같은 문구가 눈을 어지럽힙니다. ‘수확의 가을’을 단 몇 주 만에,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얻을 수 있다는 달콤한 유혹들이죠. 가짜 열매들이 진짜보다 더 반짝이고, 사람들은 그 빛에 현혹됩니다.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아무리 번쩍이는 열매라도 뿌리가 없으면 썩기 마련이라는 사실입니다.
당장의 열매만을 탐하고, 기다림을 손해로 여깁니다. ‘남들은 벌써 따고 있다’는 말에 불안해지고, 그 불안을 달래려 더 위험한 유혹에 몸을 던집니다. 마치 봄에 씨를 뿌리지 않고 가을에 열매만 따려는 사람처럼…
가을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너는 얼마나 견뎠느냐”고. 그 물음 앞에서 부끄럽지 않으려면, 남보다 빨리 가려는 마음보다 바르게 가려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 거 같습니다. 진짜 수확은 속도보다 방향에서 오는 것이고요. 땀의 방향이 올바르면, 열매는 언젠가 반듯하게 맺힐 겁니다.
결국 고수익의 유혹이란 가짜 가을일 뿐인데 최근 한창 뉴스를 도배하는 일을 보면 씁쓸합니다.
이 가을, 우리는 다시 배워야 합니다. 기다림의 미덕을, 땀의 가치를, 그리고 ‘진짜 수확’의 의미를. 열매는 한순간의 행운이 아니라, 계절을 견딘 시간의 보상인 것을요. 가을은 우리에게 서늘하게 속삭입니다. “땀 흘린 자만이 결실을 얻을 자격이 있다” <김영희 디지털콘텐츠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