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10 (수)

[뉴스옆자리] 그땐 말이야

00:00
00:00
1.0x
▲ AI 생성 이미지
▲ AI 생성 이미지

요즘 세상은 모르면 불안하고, 불안하면 말이 많아집니다. 그래서인지 어디를 가도 ‘가르치는 사람’이 넘쳐납니다. 유튜브에선 인생을, SNS에선 철학을, 회의실에선 세상을 가르칩니다. 클릭 수만 많아도 전문가가 되고, 직급만 높아도 조언자가 되는 거죠.

이른바 ‘가르침의 인플레이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회사에선 “내가 해봐서 아는데”로 시작해 “그땐 말이야”로 끝나는 말들이 반복됩니다. 그들이 해봤던 ‘그때’는 이미 오래전이고, 지금의 현실은 완전히 다름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가르침’이라는 이름으로 자기 확신을 포장해 자꾸만 전달하려고 합니다. 결국 가르침의 권위는 남아 있지만, 배움의 겸손은 자취를 감춘 듯합니다. 더 놀라운 건 그들이 그리고 저 또한 “요즘 애들은 말이야”를 입에 달고 살면서도, 정작 요즘 세상을 배울 생각은 단 1g도 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AI 시대에도 인간의 오만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인공지능은 학습을 멈추지 않는데, 인간은 배우기를 멈춘 채 가르치려고만 합니다. 검색창 앞에서는 겸손하지만, 사람 앞에서는 여전히 단정적인 모습입니다. 잘 모르는 사람이 가르칠 때 조직은 경직되고, 사회는 오만해집니다. 반대로 ‘나도 잘 몰라요. 같이 생각해 볼까요’라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이 늘어날 때, 세상은 조금씩 유연해집니다. 결국 가르침의 자격은 지식이 아니라 겸손에서 시작되는 것이죠.

떠오르는 말이 있네요. 소크라테스가 말한 ‘무지를 아는 것이 곧 지혜의 시작이다’... 이 짧은 문장은 오늘의 우리 사회에 가장 오래된 경고이자 가장 새로운 통찰일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진짜 위험한 건 무지 그 자체가 아니라, ‘자신이 아는 줄 아는 무지’인 것이죠. 그 확신은 조직을 경직시키고, 사회를 단순하게 만들지도 모릅니다. 세상의 복잡함을 모르는 이가 단호하게 말할 때, 배움은 죽고 권위만 남게 될 것입니다. 진짜로 아는 사람은 쉽게 가르치지 않습니다. 세상의 복잡함을 알기에 함부로 단정하지 않고, 자신이 틀릴 수 있음을 알기에 쉽게 훈계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누가 더 많이 가르치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깊이 배우려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진짜 아는 사람은 묻고, 듣고, 스스로를 수정합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이 떠드는 세상에서, 침묵은 어쩌면 가장 큰 지식의 언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건 저만 그럴까요?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추천 많은 뉴스
지금 뜨고 있는 뉴스
강원도민일보를 응원해주세요

정론직필(正論直筆)로 보답하겠습니다

후원하기
  • 주소: 강원특별자치도 춘천시 후석로462번길 22, 강원도민일보사(후평동 257-27)
  • 대표전화: 033-260-9000
  • 팩스: 033-243-7212
  • 법인명: (주)강원도민일보
  • 제호: 강원도민일보
  • 사업자등록번호: 221-81-05601
  • 등록번호: 강원 아 00097
  • 등록일: 2011-09-08
  • 창간일: 1992-11-26
  • 발행인: 김중석
  • 편집ㆍ인쇄인: 경민현
  • 미디어실장: 남궁창성
  • 논설실장: 이수영
  • 편집국장: 이 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김동화
ND소프트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