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10 (수)

[최동열의 요산요설(樂山樂說)] 47 명물허전, 강릉 소금강 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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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계곡서 만끽하는 황홀한 추색

▲ 소금강 구룡폭포의 단풍
▲ 소금강 구룡폭포의 단풍

명불허전(名不虛傳). 세상에 떨치는 유명세가 어찌 이유 없이 헛되어 퍼질 리가 있겠는가? 오대산국립공원 청학동 소금강 계곡의 단풍이 지금 꼭 그러하다. 소금강은 강릉시 연곡면 삼산리에 있는 오대산 자락의 심산계곡이다. 이 고장 태생으로 1년간 금강산에 입산하기도 한 대현 율곡 선생이 유청학산기(遊靑鶴山記)에서 금강산을 닮았다고 극찬한 곳으로 유명하다. 작은 금강산, 즉 소금강이라는 이름도 여기서 연유했다.

소금강은 이즈음 단풍이 절정이다. 대한민국 명승 1호로 통할만큼 빼어난 계곡미를 자랑하고, 백두대간 마루금에서 뻗어 내린 웅장한 산세가 압권인 국립공원에 가을의 진객이 잔치판을 벌였으니, 그 화사한 몸부림이 그야말로 명불허전이다. 소금강 계곡은 입구인 국립공원 소금강 분소에서부터 계곡 끝단의 낙영폭포까지, 계곡 길이가 편도 7.5㎞에 달한다. 낙영폭포가 해발 830m 지점에 위치해 있으니 계곡 탐방만으로도 웬만한 산을 긴 거리로 등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수고를 필요로 한다. 낙영폭포 옆 비탈길 등산로로 계속 올라가면, 백두대간 마루금으로 소금강의 주봉 역할을 하는 노인봉 정상에 설 수 있으나, 2.7㎞ 깔딱고개 비탈과 능선길이 만만치 않다.

따라서 단풍 구경은 주로 계곡 구간을 탐방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 좋다. 7.5㎞ 거리 계곡 내에는 수백 명이 족히 식사할 수 있을 것 같은 규모의 너럭바위인 식당암에서부터 구룡폭포와 만물상, 백운대 등의 구경거리가 줄지어 분포해 있고 소와 담이 많아 먼 거리를 이동하면서도 지루할 틈이 없다. 시간이 여의치 않다면, 구룡폭포 또는 만물상, 백운대까지만 코스를 정해도 왕복 5∼9㎞이내 이동으로 단풍과 계곡미의 절정을 즐기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소금강 계곡의 단풍은 뭇사람들이 왜 가을산에 환호하는지, 그 이유를 실감케 한다. 기암괴석과 폭포, 수많은 소와 담 등 계곡 그 자체만으로도 자연미의 극치를 보여주는 곳에 물감을 흩뿌린 듯 단풍의 향연이 더해지니, 나그네는 그저 감탄사와 콧노래를 흘릴 뿐이다. 백두대간 마루금에서 출발한 단풍은 10월 중·하순에 소금강 계곡에 다다라, 낮은 곳으로, 더 낮은 곳으로 황홀한 행진을 이어가니, 지금이야말로 소금강 단풍이 제철을 만난 시점이다.

단풍은 만인에게 큰 즐거움을 선물하면서도 우쭐대는 법 없이 몸을 낮추어 오직 가장 낮은 곳을 지향한다. 지위의 고하, 신분의 귀천을 가리지 않고 아무 대가 없이 황홀한 추색(秋色)을 누릴 권리를 선물하는 단풍의 진경을 만끽하고 싶다면, 지금 강릉 소금강을 추천한다. 강릉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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