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10 (수)

[최동열의 요산요설(樂山樂說)] 48. 설악산 서북능선

00:00
00:00
1.0x

설악의 등뼈, 장쾌한 천변만화의 현장

▲ 서북능선에서 바라 본 설악의 암릉
▲ 서북능선에서 바라 본 설악의 암릉

설악산은 웅장하고 장쾌하다. 그 진면목을 가장 높은 곳에서 즐기려면 어디로 가야 할까? 단연 서북능선이다. 대청봉~중청~귀때기청~안산으로 이어지는 서북능선은 설악을 지탱하는 등뼈인 동시에 주능선이다. 주능선 마루금의 거리로만 13㎞에 달하고, 오르고 내리는 거리를 합하면 보통 18㎞ 이상을 이동하는 고된 수고를 감내해야 서북능선을 모두 탐방하는 경이로운 쾌감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서북능선은 우리나라 단풍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북에서 남으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하는 단풍의 행로상 설악산은 국내에서 가장 북쪽에 자리잡은 고산이고, 최고봉인 해발 1708m 대청봉을 끼고 있으니, 단풍이 가장 먼저 몸을 푸는 것이 순리이리라. 단풍이 일찍 물든다는 것은 겨울도 그만큼 길고 빨리 찾아온다는 것을 뜻한다. 올해도 벌써 지난 10월 20일에 대청봉 등 고지대에서 첫눈이 관측됐다. 설악산이 최고의 잔치판을 벌이는 만산홍엽의 단풍 시기를 놓쳤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서북능선은 고산준령의 백미인 천변만화의 현장이기 때문에 사시사철 어느 때나 요술 같은 자연의 변화를 만끽할 수 있다. 평균 고도가 1400여m에 달하는 서북능선에 올라서면 설악이 심장부에 감춰둔 용아장성과 공룡능선 암릉의 장쾌한 용틀임이 한눈에 들어오고, 어둠을 뚫고 일찍 등산에 나섰다면, 동해바다에서 아침 해, 불덩이가 사위를 온통 붉게 물들이며 솟구치는 장관도 목도할 수 있다. 또 하늘은 분명 티 없이 맑고 청명한데, 발 아래는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짙은 운해에 파묻혀 구름바다 위에 서 있는 몽환적 경험을 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귀때기청봉 일대는 매년 5월 중순에 우리나라 고산의 토종 진객인 털진달래가 떼 지어 만개하는 꽃세상이라는 점도 매력을 더한다.

하지만 절경을 실감하려면 그만한 수고가 필요한 것이 인지상정. 우리나라 3대 고산인 서북능선은 난이도 최상급의 코스로 정평이 나 있기에 땀깨나 빼는 인내를 각오해야 한다. 특히 능선의 높낮이가 심하고, 너덜 바윗길이 많아 안전에도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서북능선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여러 곳이다. 양양 오색, 인제 남교리, 장수대 등을 들머리로 삼을 수 있다. 등산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들머리는 한계령 정상(해발 920m)이다. 이곳에서 귀때기청봉 방향과 대청봉 방향으로 두 번에 나눠 서북능선을 즐기는 것이 난이도상 가장 무난하다. 지금 서북능선은 벌써 겨울 채비에 들어갔다. 그대, 설악의 심장이 뛰는 모습을 보며 삶의 활력소를 챙기고 싶다면, 서북능선으로 가시기를 강추한다. 최동열 강릉본부장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추천 많은 뉴스
지금 뜨고 있는 뉴스
강원도민일보를 응원해주세요

정론직필(正論直筆)로 보답하겠습니다

후원하기
  • 주소: 강원특별자치도 춘천시 후석로462번길 22, 강원도민일보사(후평동 257-27)
  • 대표전화: 033-260-9000
  • 팩스: 033-243-7212
  • 법인명: (주)강원도민일보
  • 제호: 강원도민일보
  • 사업자등록번호: 221-81-05601
  • 등록번호: 강원 아 00097
  • 등록일: 2011-09-08
  • 창간일: 1992-11-26
  • 발행인: 김중석
  • 편집ㆍ인쇄인: 경민현
  • 미디어실장: 남궁창성
  • 논설실장: 이수영
  • 편집국장: 이 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김동화
ND소프트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