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곡 트레킹의 지존을 만나다
계곡 트레킹의 명소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있다. 삼척 덕풍계곡이다. ‘때 묻지 않은 절경’, ‘원시 태초의 비경’ 등등의 수식어가 붙는 곳이다. 찬사를 바칠 만큼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되, 접근이 어려워 사람들의 손때를 그만큼 덜 탔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더 가보고 싶은 호기심이 샘솟는다.
행정구역상 위치는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 강원도와 경상북도의 경계선, 응봉산 자락에 자리잡고 있다. 삼척 내륙의 최남단, 가곡면 소재지에서도 산간 계곡의 외통수 길을 따라 10여 분을 더 차로 이동해야 덕풍계곡 입구를 만날 수 있다. 만나는 것 자체가 만만치 않은 이동 수고를 필요로 한다.
트레킹은 너덧가구가 있는 계곡 입구 마을에서 시작된다. 계곡이라기보다는 ‘협곡’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린다. 예전에는 비탈면을 로프를 타고 오르거나, 맨손 클라이밍을 하듯 아슬아슬 이동해야 하는 ‘험로’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으나, 지금은 탐방로가 잘 정비돼 있어 안전에 문제가 없다.
계곡 탐방로는 3개 구간으로 나누어진다. 계곡 내에 3개의 소(沼)와 폭포가 있는데, 입구에서 1용소까지 2㎞가 1구간, 2.4㎞가 2구간, 다시 3용소까지 5.5㎞가 3구간이다. 3용소까지 가려면 전체 이동거리가 무려 9.9㎞에 달한다. 왕복 50리 길이다. 그런데 현재 트레킹 탐방이 허용되는 곳은 2용소까지 4.4㎞ 코스이다. 예전에는 계곡 가장 안쪽의 3용소까지 갈 수도 있었으나 돌바위를 타고 넘거나 계곡물을 건너야 하는 등 위험한 곳이 많아 지금은 2용소 끝단에 진입 차단시설이 설치돼 있다. 과거 탐방로가 정비되지 않은 곳으로 사람들이 무시로 드나들었던 것을 떠올리면 참으로 무모했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덕풍계곡은 깊이 들어갈수록 탄성을 더한다. 수직의 바위산 병풍에 둘러싸인 협곡이라고 하면 이해가 쉬울까. 마치 무협지에 나오는 은둔자의 세상을 방불케 하는 비경이 연신 나그네를 반긴다. 폭포수가 쏟아지는 1용소와 2용소는 그대로가 자연미의 극치다. 폭포수 아래 물을 가두는 용소는 그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여서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하다. 계곡물은 또 얼마나 맑고, 계곡 하천 암반과 주변의 바위 절벽은 또 얼마나 기묘한지, 경치에 홀려 거리 감각을 잃게 되는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맑은 날 밤에는 별이 소나기처럼 쏟아지고, 가을 단풍철에는 산이 불타듯 요란한 색조의 향연을 연출하니 덕풍계곡을 만나는 수고는 오감 만족의 호사로 충분한 보답을 받는다. 이만하면 ‘협곡 트레킹의 지존’이라고 불러도 괜찮지 않겠는가. 강릉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