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의 소중함 새삼 되새긴 여정
며칠 전, 중국 섬서성 서안(西安) 근처 ‘화산(華山)’을 다녀왔다. 중국 5악(五岳) 중 가장 높고 험준하다는 명산을 친견하고 보니, 옛사람들의 절찬이 괜히 나온 게 아니라는 것을 실감했다. 이참에 화산을 두 발로 걸어 등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일행이 있는 여정이었기에 케이블카를 타고 서봉(西峰·2086m)에 올라 2시간 가량 화산의 바위 능선을 걷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극강의 스릴로 유명한 장공잔도(長空棧道)를 밟지 못한 아쉬움이 컸지만, 당나라 문신 한유(韓愈)가 ‘나 이제 여기서 죽는구나’하고 글을 써서 던졌다는 기암절벽길의 아찔함을 즐기는 데는 부족함이 없었다. 도교의 성지, 화산은 예로부터 도사와 신선들의 놀이터이자 수련장으로 통했고, 특히 서봉은 연꽃 모양을 닮아 연화봉(蓮花峰)으로 불리는 곳이어서 꽃 수술에 올라 앉은 듯 감흥이 남달랐다. 더욱이 지금은 화산이 최고의 매력을 발산하는 단풍철이 아닌가.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는 동안 처음에는 밋밋했다. 그러나 단조로운 심사는 채 3∼4분도 지나지 않아 환호성으로 돌변했다. 케이블카가 한두 고비를 넘어섰을까? 눈앞에 화산의 거대한 직벽이 파노라마를 펼치는 순간, 일행들 입에서는 ‘우와∼’하는 탄성이 합창처럼 터져 나왔다. 더 경이로운 것은 케이블카가 서봉 정상부의 깎아지른 직벽을 뚫고 동굴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는 것이었다. 바위벽을 뚫어 케이블카 정류장을 만든 것이다. 바위산을 깎아 계단과 잔도를 만드는 중국이기에 가능한 경이로운 인공의 구조물이었다.
소싯적에 많이 읽은 무협지의 주인공처럼 화산 정상에 서서 사방 수많은 산군(山群)의 도열을 목도하자니, 우리 산의 아름다움과 소중함도 새삼스럽게 비교 대상으로 다가선다. 수도 서울 북한산, 도봉산과 설악산 등의 장쾌한 암릉 또한 중국 화산 못지않게 자랑할 만한 자연미를 뽐낸다는 생각이다. 그렇다고 하고 보니, 북한산 정상은 화산의 정상과 모양새가 많이 닮았다. 특히 북한산 ‘숨은벽 코스’는 암릉미가 중독성이 강할 만큼 탁월하다. 그 숨은벽을 타고 올라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가 나란히 우뚝 선 삼각산(북한산) 정상부에 서면, 수도 서울의 진경이 감탄을 넘어 경탄의 경지로 다가선다. 1000만 인구, 경기도까지 합하면 20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북적대는 거대도시에 마음만 먹으면 이웃집 나들이 가듯이 달려갈 수 있는 명산이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그리하여 우리 산을 더 가까이, 더 소중히 즐겨야겠다는 생각을 중국 화산에서 새삼 가다듬은 것도 큰 소득이다. 강릉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