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 AI 융합 시대, 강원도는 K바이오 플랫폼이 될까
춘천 바이오산업 독자적 자생 고평가
신약 등 레드바이오 전환 검토해야
식량·기후변화 등 사회 전 분야 기여
질병·환경문제 등 인류 최대 난제 해법
AI 기술 결합 맞춤형 의료 발전 기대
기술 개발 규제 완화·R&D 지원 확대
바이오산업 국내외 경쟁력 확보 열쇠
오픈 이노베이션 활용 협력 모델 창출
통합 클러스터 운영기관 설립 필요
AI 기술 접목 신약기술 개발 플랫폼 구축
한·미·일 바이오 협력 계획 가능성 충분
홍천 국가항체클러스터 등 시작 낙관적
인재·사업 유지 강원 바이오 성공 핵심
혁신기술 도전 생태계 마련 정책 변화를
“과학의 문제가 아닙니다. 결국은, 사람(인재)입니다.”
세계적인 생명과학자이자 한국 바이오산업을 태동시킨 신승일(원주 출신) 박사가 춘천 바이오산업진흥원, 홍천 국가항체클러스터를 처음으로 둘러본 후 이 같이 말했다. 신 박사는 국제백신연구소 한국 유치와 B형 감염 백신 개발, 국내 바이오 벤처의 신화인 셀트리온 공동창업까지 생명과학 산업화를 이끈 주역이다. 그는 “강원도 바이오산업이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듯 하다. 바이오산업은 일상 뿐 아니라 식량문제, 에너지, 기후변화, 의학 등 인간 사회 모든 분야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며 “강원 바이오산업의 최종 성공 여부는 인재를 얼마나 잘 유치하는지, 잘 유지하는지에 달려있다”고 조언했다.
‘한국 바이오산업의 거장’ 신승일 박사와 국내 유일의 항체중심 연구소인 스크립스코리아항체연구원을 이끌고 있는 정연호 원장이 강원도민일보 창간 33주년 특별 대담을 통해 만났다. 이번 대담은 지난 15일 춘천 바이오산업진흥원과 홍천 국가항체클러스터 현장에서 이뤄졌다.
◇대담=△신승일 박사△정연호 스크립스코리아항체연구원장
◇진행=△박지은 강원도민일보 정치부장
■ 인사 및 소개해주세요.
△신승일(이하 신)=“반갑습니다. 사실,(저는)인터뷰를 거의 안해요. 그런데, 강원도민일보에서 끈질기게 설득을 해서 결국 춘천까지 왔고, 지역언론과의 인터뷰는 처음이네요.(웃음) 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 홍천 국가항체클러스터 현장에서 이색적인 대담을 하게 돼 강원도 바이오산업 추진을 위한 노력을 두루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듯 합니다. 50여 년을 미국 등 외국에서 거주했지요.”
△정연호(이하 정)=“제 소개보다는 한국 바이오산업의 첫 길을 열어주신 1세대 원로, 신승일 박사님을 강원도민일보 덕분에 봴 수 있게 돼 정말 감사드립니다. 신 박사님은 세계적인 생명과학자로, B형 간염 백신을 세계에서 3번째로 개발하셨고, 국제백신연구소 한국 유치와 국내 대표 바이오기업 셀트리온 공동창업, 생명과학 기술개발 업체인 ‘유진텍인터내셔널’ 창립, 북한과 아프리카 등 가난한 나라에 간염백신 보급 운동 등도 하신 정말 대단한 분이십니다. 영광입니다.(웃음)”
■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바이오 산업의 경쟁력 진단과 강원도 바이오산업과의 연계성을 짚어주신다면요.
△신=“한국은 지난 20년간 항체를 만드는 대량생산 산업이 발전해 세계 일류 수준에 올라섰다. 한국은 인구가 많은 나라임에도 의료체계가 잘 정비돼 있어 치료 항체를 테스트하고 임상실험을 하는 여러 과정에서 아주 잘하는 분야가 있다. 항체치료제는 앞으로 더 커지고, 또 커져야 할 분야다. 항체를 대량 생산하는 기술이 발전하고, 암에 대한 유전학적 근거가 밝혀지는 상황인데, 이 두 가지 모두 한국이 잘하는 분야다. 이런 두 분야에서 홍천 국가항체클러스터 역할이 특히 기대된다. 춘천 바이오산업이 독자적으로 자생해온 부분을 매우 높이 평가하며 한국 바이오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연계될 수 있다.”
△정=“한국 바이오산업은 아직 글로벌 전체대비 2% 미만이다. 글로벌 톱 기업은 한 개 기업이 수십억 달러이상을 투자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기업의 R&D가 이정도 수준이다 보니 투자 절대액 및 규모, 기술력에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하지만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중심으로 한 CMO(위탁생산) 분야는 세계 1~2위권이다. 한국은 ‘생산 강국→개발 강국 →원천기술 강국’으로 발전하는 전형적인 성장곡선을 밟고 있다. 기능성 식품, 화장품 및 진단제품 위주의 춘천바이오클러스터의 핵심 전략 분야를 전체 바이오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바이오 신약, 백신, 개인 맞춤형 정밀의료 등의 레드바이오(Red Bio)로 전환하는 것도 제2의 도약을 위해 검토해야한다. 항체 의약품 및 항체 진단제의 전략적 육성도 필요하다.”
■ 신승일 박사님은 국제백신연구소 한국 유치, 셀트리온 공동 창업 등 한국 바이오산업 태동에 핵심 역할을 하셨다. 미국에선 유진텍을 설립해 운영하셨는데요.
△신=“1970~80년대는 전 세계적으로 세포생물학과 면역학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던 시기였다. 1979년에는 제넨텍이 설립되며 본격적인 유전자재조합 기술 기반 바이오 기업 시대가 열렸다. 당시 미국 뉴욕 지역의 한국인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한국에도 이 산업을 일으켜 보자’는 움직임이 싹텄고, 그 중심에 있던 몇몇 선배 과학자들과 함께 모임을 만들었다. 이 조직은 한국 정부를 돕고, 한국 젊은 과학자들을 미국으로 데려와 훈련시키는 것이 목표였다. 그래서 ‘유진텍인터내셔널’이라는 회사가 탄생했다. 회사 대표를 맡아 한국 청년들을 미국에서 교육해 차세대 바이오산업 일꾼으로 키워내는 역할을 했다. 유진텍은 제일제당과 함께 의약품 연구개발(R&D) 사업도 했다. 세계에서 3번째로 개발한 B형 간염 백신이 결과물이다. 이때 개발한 백신은 3달러라는 싼 가격에 국민들에게 공급됐다. 백신 공급은 가난한 사람과 나라를 돕는 사회 봉사적 취지에서 출발했다. 1985년에는 한국에서 국제회의를 열어 ‘간염백신 보급운동’도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가난한 나라 아이들을 위해 저렴한 백신을 개발, 보급할 수 있는 국제연구소가 필요하다고 느껴 정부와 학계 등과 협업해 1994년 국제백신연구소(IVI)서울 유치에 성공했다.”
■ 바이오 산업, 왜 중요한가요.
△신=“바이오 산업은 일상생활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식량 분야와도 연결된다. 세계 인구가 약 80억명이다. 앞으로 선진국 인구는 줄겠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는 계속 늘어 100억명까지 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렇게 되면 식량 문제가 크게 대두될 텐데, 특히 기후변화까지 겹치면서 이 문제는 결국 바이오가 해결해야 한다. 의학, 진단, 치료, 예방 분야도 모두 바이오가 핵심이다. 환경 정화, 예를 들어 미세플라스틱 문제도 결국 바이오가 해야 한다. 기후변화 문제와 에너지 문제도 있는데, 이 모든 영역에서 바이오가 근본적으로 기여할 부분이 있다. 인간 사회 거의 모든 분야에 바이오가 필요하다.”
△정=“IT 산업 등은 편리함을 주지만, 바이오 산업은 인류 전체의 궁극의 꿈인 무병장수를 해결해줄 수 있는 유일한 산업이다. 인류최대의 난제인 질병·식량·환경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 특히 바이오산업 중 바이오신약이나 헬스케어 관련 레드 바이오(의학·약학에 생명공학을 응용한 산업으로, 질병 예방·진단·치료와 신약·백신·줄기세포 등을 포함)시장이 가장 크다. 강원도의 경우도 그린바이오 등 여러 바이오산업이 있지만 가장 시장이 큰 레드 바이오 위주로 전략 분야의 전환이 필요하다.”
■ AI와 빅데이터 기술을 융합한 정밀의학(4P의학) 시대로 빠르게 진화하는 가운데 한국 의약 바이오 분야의 미래 방향성을 예상하신다면요.
△신=“바이오 분야가 워낙 광범위해 전체를 한꺼번에 이야기하는 건 어렵다. 유전학자이고 면역유전학을 공부한 입장에서 보면, AI(인공지능)와 결합된다면 맞춤형 의료로 가야 한다고 본다. 중요한 질병들은 결국 유전 인자와 연결돼 있는데, 그 유전 인자가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 항암제를 예로 들어도 폐암 환자에게 쓰는 약이 있지만, 앞으로는 AI를 활용해 유전자 편집을 통해 환자 개개인에게 맞춘 의료가 가능해질 것이다. 한국은 AI도 잘하고, 바이오도 세계적인 수준이어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개인 맞춤형 의료는 치료제뿐 아니라 진단도 잘 돼야 한다. 기술이 더 발전하면 단백질도 AI와 결합해 편집이 가능해질 것이고, 결국 단백질 역시 개인 맞춤형으로 편집하는 시대가 오지 않겠느냐고 본다.”
■ 강원도 바이오 산업의 국내외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정책적 지원을 꼽아주신다면요.
△신=“연구와 기술 개발에 있어 규제를 걷어내야한다. 춘천의 바이오산업진흥원이나 홍천 국가항체클러스터처럼 시작은 잘했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이런 사업들을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끌고 가는 것이다. 성공이냐 실패냐를 가르는 핵심은 인재를 얼마나 잘 유치하고, 잘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다. 강원도가 타 지자체 보다 앞서려면 인재를 끌어오고 키우는 데 특히 신경써야 한다. 이건 과학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다. 젊은 세대가 많이 와서 오래 머물며 일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분위기나 정세가 바뀌면 안 된다. 일본은 노벨상 수상자를 20명 넘게 배출했지만, 한국은 아직 없다. 한국은 과학을 꾸준히 오래 지원해본 적이 없고, 조금 하다가 방향을 바꾸곤 한다. 한국의 젊은 과학자들은 세계적인 인재들이다. 기초연구를 할 수 있도록 꾸준히, 장기적으로 흔들리지 않게 지원해야 한다.”
△정=“1개의 글로벌 신약이 나오기까지 1조원의 투자, 700만 시간의 연구 6500번의 실험 423명의 연구자가 필요하다. R&D 없이 바이오의약품을 개발한다는 것은 너무한 공짜심리가 아닌가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정책적 지원이나 제도 개선은 R&D 지원 확대다.”
■ 바이오 기술 발전에 따라 생명윤리나 개인정보 보호 문제는 충돌할 수 밖에 없습니다.
△신=“1950년대부터 분자생물학과 유전학이 혁명적으로 발전해 왔고, 앞으로 인간의 유전병을 해독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갈 것이다. 유전병 중에는 염기 하나가 잘못된 경우가 있는데, 이제는 그런 부분을 찾아 고쳐줄 수 있는 기술도 등장했다. 더 발전하면 윤리적 문제가 반드시 생길 것이다. 돈이 많은 사람이 병 치료가 아니라 더 예쁘게 보이기 위해 유전자를 바꾸려 할 수도 있고, 국가 차원에서는 민족을 더 우수하게 만들겠다며 우생학적 시도를 할 위험도 있다. 그렇기에 국가 차원에서 어떤 실험은 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등 윤리적·법적 근거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 ”
△정=“존중되고 지켜지는 선에서 중국, 일본처럼 바이오기술의 발전을 위해 정책적인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빅데이터를 위한 임상시료의 경우 익명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등 발상의 전환으로 얼마든지 개인정보 보호안에서 기술이 양립할 수 있다. 강원도라는 장점을 이용해 새로운 아이디어로 균형점을 찾는 바이오 기술개발과 경쟁력 강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 신박사님은 B형 간염 백신을 개발했습니다. 2010년에는 북강원도 원산, 통천을 찾아 백신을 지원했습니다.
△신=“일본뇌염 백신이었다. 일부러 내 고향(강원도)과도 연결된 북강원도 쪽으로 가자고 했다. 북한에서 환자가 늘고 있다는 연락이 중국을 통해 들어왔다. 그때 마침, 게이츠 재단이 세계보건기구(WHO)와 함께 세계적으로 뇌염 백신 보급 운동을 하고 있었고, 한국을 ‘뇌염 퇴치 모범국가’로 평가하고 있었다. 그 재단을 찾아가 북한 문제를 설명했더니, 재단에서 돈을 대줘 백신을 구입해 북한에 전달할 수 있게 됐다. 일본뇌염 백신은 생백신이라 반드시 냉장보관(콜드체인)이 필요하고, 보관·운송·접종 과정까지 무균 상태가 유지돼야한다. 북측 강원도 방향으로 가 원산·통천 지역을 방문했고, 유치원에 어린이들을 모아 직접 접종을 했다. 현지 보건 인력에게 교육을 하고, 원산 의약품 보관소의 냉장시설도 점검했다. 통천에는 냉장고가 없어서, 스티로폼 박스에 얼음을 넣어 보관하며 접종을 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통해 백신 접종에 대한 북한 어린이 돕기 운동을 했고, 백신 후원회를 만들어 기금을 모았다. 가난한 나라에서는 콜레라, 이질, 말라리아로 많은 사람이 죽지만, 사실 한 아이에게 드는 비용은 1달러도 안 된다. 내가 백신을 개발했다기보다는, 백신이 개발되고 보급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 강원도 바이오산업 현장을 둘러보신 소감 및 강원도 바이오산업(원주 디지털헬스·의료기기-강릉 천연물 바이오-춘천 바이오의약품) 추진에 대해 조언해주세요.
△신=“한국에 온 지 꽤 됐는데도 강원의 바이오산업에 대해 잘 몰랐었다. 와서 보니 여러 분야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낙관적이라고 느낀다. 홍천은 강원도의 산골이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국가항체클러스터 안에 BL3 랩이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놀라웠다. 전체적으로 매우 인상적이고 감동적이었다. 특히, 춘천 바이오산업진흥원에 고(故) 조규헌 강원대 화학공학과 교수의 동판이 있었는데, 조 박사가 너무 생각난다. 미국에 있을때 같은 연구소에 있었다. 매우 열정적인 연구자였다.”
△정=“R&D지원 강화는 기본이다. 각 지역의 바이오 역시 AI를 활용해 4P 시대의 맞춤형 진단 및 치료·예방·재활을 위한 미래 바이오를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 산업 간의 강점을 활용한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협력의 모델이 창출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오픈 이노베이션을 위해 저희 연구원의 항체와 강릉 KIST 분원의 천연물을 결합한 항체-천연물 ADC(항체약물접합체)를 개발하고 있는 것은 대표적인 모델 사업이다. 각 클러스터 마다 고유한 창업활성화, 투자, 세제지원, 고용·수출 지원,규제 개선 등의 기업친화 성장 생태계 조성을 지원하는 통합 클러스터 운영기관 설립이 필요하다.”
■ 강원도는 한·미·일 바이오 협력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가능할까요.
△신=“이 질문에 앞서, 우선 클러스터를 제대로 지원하려면 정부가 기반을 만들고 플랫폼을 구축한 뒤 그 위에 기업이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 전제돼야한다. 그런 점에서 강원도는 지금 잘하고 있으며, 흔들리지 않고 계속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일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정세가 바뀐다고 중단돼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기초연구를 잘 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기업이 아니라 국가·지자체·사회가 함께 책임지고 해야 한다.”
△정=“당연히 가능하다. 항체나 천연물 분야 신약 등 특화 분야가 있고, 특히 한국의 강점인 AI 기술을 접목한 신약기술 개발 플렛폼을 발빠르게 구축한다면 얼마든지 협력 요청이 들어 올 것이다. 국제 협력 공동 개발에 필요한 어학 능력까지 소유한 전문 인력의 양성도 필요하다.”
■ 신승일 박사님은 원주 출신이다. 1960년대 초반 미국 유학길에 올라 세계 유수의 대학과 연구소에서 활동했는데, 인생을 돌아보며 가장 가치있었던 것은요.
△신=“가장 필요로 하는 곳에 가장 유용하게 쓰이는 것이 백신이라고 생각해 백신 개발과 보급에 앞장서게 됐다. 198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 젊은 층의 B형 간염 보균율이 10%대였는데 지금, 30대 이전은 0.5% 정도 수준이다. 간염·간암으로 젊어서 생명을 잃은 사람들이 적어도 수십만 명은 살아났을 것이다. 누군지 알 수는 없지만, 건강하게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그런 점을 보면 생명과학을 공부해 치료제나 예방약을 만드는 일은 과학자로서 충분히 할 만한 일이라고 느낀다. 이제는 나라가 먹고 살만해졌으니, 가능한 개인이 아니라 사회를 위해 일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크다. 선진국은 개인의 돈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대한민국·강원도 바이오산업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신=“춘천 바이오산업진흥원이나 홍천 국가항체클러스터처럼 시작은 아주 잘했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이런 사업들을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다. 성공 여부는 결국 인재를 얼마나 잘 유치하고, 또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 부분만 잘 되면 성공할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성공하기 어렵다. 강원도가 비슷한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다른 지자체보다 앞서가려면 인재를 모으고 키우는 일에 특히 집중해야 한다. 이것은 과학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사람의 문제다. 젊은 세대가 많이 와서 오래 머물며 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결국은 사람이고, 사회적인 가치관도 중요하다.”
△정=“지금 시대는, 선진국을 빠르게 따라가는 ‘Fast mover’가 아닌 ‘First mover’로의 정책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선진국의 바이오클러스터처럼 글로벌 벤처투자가 가능하고, 규제창업 및 성장 생태계가 혁신 기술이 도전할 수 있는 생태계 마련이 필요하다. 특히 강원도에선 전통산업과 혁신산업의 조화 뿐만 아니라 AI 등 타 기술과의 융합이 꽃 필수 있는 환경 조성을 통해 차별화된 바이오산업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박지은·이정호 기자
■ 신승일 박사
원주 출신으로 원주중(3회)을 졸업한 신 박사는 서울사대부고와 서울대를 거쳐 미국과 유럽의 다양한 기관에서 연구원과 교수직을 역임했다. 생화학과 세포유전학 등 생명과학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미국 알버트아인슈타인의대 유전학과 교수, 스위스 바젤면역학연구소 한국인 최초 선임연구원, 네덜란드 레이던국립대 유전학연구소, 영국 런던 국립의학연구소 등을 거쳤다. 유엔개발계획(UNDP)의 수석보건자문관을 지냈고, UNDP가 설립한 국제백신연구소를 한국에 유치했다. 셀트리온을 한미 합작회사로 기획·창업한 주역이다. 모교인 원주중, 서울사대부고, 서울대에 수십억원의 장학금을 기탁하며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현재, 로버트슨 기념사업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 정연호 스크립스코리아항체연구원장
서울 출신으로 한양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했다.한국과학기술원(KAIST)화학공학 석사, 미국 럿거스대학 생물화학공학 박사. 미국 CABM 연구소 연구원 등을 지냈다. 강원대 의생명융합학부 교수와 강원도 바이오산업 기술로드맵 총괄위원장, 홍천메디칼허브연구소장, 강원대 의생명과학대학장 등으로 활동하는 등 강원 바이오산업 핵심 멤버다. 2023년부터 스크립스코리아항체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