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10 (수)

[대담 전문] ‘K-바이오 미래를 잇다’

세계적인 생명과학자 신승일 박사 - 정연호 스크립스코리아항체연구원장

▲ 대담=△신승일 박사(사진 왼쪽) △정연호 스크립스코리아항체연구원장(사진 오른쪽)
▲ 대담=△신승일 박사(사진 왼쪽) △정연호 스크립스코리아항체연구원장(사진 오른쪽)

“과학의 문제가 아닙니다. 결국은, 사람(인재)입니다.”

세계적인 생명과학자이자 한국 바이오산업을 태동시킨 신승일(원주 출신) 박사가 춘천 바이오산업진흥원, 홍천 국가항체클러스터를 처음으로 둘러본 후 이 같이 말했다.

국제백신연구소 한국 유치와 B형 감염 백신 개발, 국내 바이오 벤처의 신화인 셀트리온 공동창업까지 생명과학 산업화를 이끈 주역인 신승일 박사는 “강원도 바이오산업이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듯 하다. 바이오산업은 일상 뿐 아니라 식량문제, 에너지, 기후변화, 의학 등 인간 사회 모든 분야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며 “그러나 최종 성공 여부는 인재를 얼마나 잘 유치하는지, 잘 유지하는지에 달려있다”고 조언했다.

‘한국 바이오산업의 거장’ 신승일 박사와 국내 유일의 항체중심 연구소인 스크립스코리아항체연구원을 이끌고 있는 정연호 원장이 강원도민일보 창간 33주년 특별 대담 ‘K-바이오 미래를 잇다’를 통해 만났다.

박지은 정치부장이 진행한 이번 대담은 지난 15일 춘천 바이오산업진흥원과 홍천 국가항체클러스터 현장에서 이뤄졌다.

▲ 신승일 전 미국 뉴욕알버트아인슈타인의과대 교수가 15일  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에서 정연호 스크립스코리아항체연구원장과  K-바이오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강원 바이오의 성장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정호 기자
▲ 신승일 전 미국 뉴욕알버트아인슈타인의과대 교수가 15일 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에서 정연호 스크립스코리아항체연구원장과 K-바이오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강원 바이오의 성장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정호 기자

-두 분 서로 인사 및 소개해주세요.

△신승일(이하 신)=“반갑습니다. 사실,(저는)기자들을 잘 안만나고 인터뷰도 잘 안한다. 그런데, 강원도민일보에서 끈질기게 설득을 해서 결국 춘천까지 왔습니다.(웃음) 춘천에 10여년 만에 왔는데 고층 아파트가 즐비하네요. 참 많이 변한 것 같다. 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 홍천국가항체클러스터에서 이색적인 인터뷰를 하게 됐는데, 좋은 시간이 될 듯 합니다. 50년을 미국 등 외국에서 거주한 사람이고, 생명과학자다.”

△정연호(이하 정)=“스크립스코리아항체연구원장입니다. 제 소개보다는 한국 바이오산업의 첫 길을 열어주신 1세대 원로, 신승일 박사님을 강원도민일보 덕분에 봴 수 있게 돼 정말 감사드립니다. 신 박사님은 세계적인 생명과학자다. B형 간염 백신을 세계에서 3번째로 개발하셨고, 국제백신연구소 한국 유치와 국내 대표 바이오기업 셀트리온 공동창업, 생명과학 기술개발 업체인 ‘유진텍인터내셔널’ 창립, 북한과 아프리카 등 가난한 나라에 간염백신 보급 운동 등도 하신 정말 대단한 분이십니다. 영광입니다.(웃음)”

-현재, 한국 바이오 산업의 경쟁력은 글로벌 시장에서 어느 정도 수준인가요.

△신=“한국은 지난 20년간 항체를 만드는 대량생산 산업이 발전해 세계 일류 수준에 올라섰다. 질병 치료가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생물학 재제를 생산하는 큰 시설이 꼭 필요한데, 이 부분에서도 한국이 1등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은 인구가 많은 나라임에도 의료체계가 잘 정비돼 있어 치료 항체를 테스트하고 임상실험을 하는 여러 과정에서 아주 잘하는 분야가 있다. 항체치료제는 앞으로 더 커지고, 또 커져야 할 분야다. 요즘은 항체에 치료 약품을 붙이기도 하는데, 단일클론항체를 쓰는 것으로 1970년대 후반 마술촉처럼 등장했지만 처음 기대와 달리 20년 동안 진전이 크지 못했다. 지금 보면 이제 다시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항체를 고르고 대량 생산하는 기술이 발전하고, 암에 대한 유전학적 근거가 밝혀지는 상황인데, 이 두 가지 모두 한국이 잘하는 분야다. 이런 두 분야에서 홍천 국가항체클러스터 역할이 기대된다. 춘천 바이오산업이 독자적으로 자생해온 부분을 매우 높이 평가하며 한국 바이오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연계될 수 있겠다.”

△정=“현재 바이오산업 중 글로벌 제약산업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약 1조 7500억 달러이나 한국은 256억 달러에 불과해 한국은 아직까지 글로벌 전체대비 2% 미만이다. 글로벌 톱 기업은 한 개 기업이 수십억 달러이상을 투자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기업의 R&D가 이정도 수준이다 보니 투자 절대액 및 규모에 있어서 글로벌 리더 대비 차이가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고 당연히 기술력에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하지만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중심으로 한 CMO(위탁생산) 분야는 세계 1~2위권으로 세계최상위권이다. 2010년 이후 신약 임상파이프라인 규모가 크게 증가하면서 글로벌 임상 1,2상 수행 경험과 관련 인력이 성장했고, 식약처의 IND(임상시험허가) 프로세스가 국제기준에 맞게 고도화됐다. 이에 따른 성과로 특히 항체, ADC, 면역항암제, 희귀질환 등 혁신기술이 요구되는 분야에서 커다란 기술이전 성과들을 내고 있어 모든 부분을 다 잘할 수 없지만 후발주자로서 이런 특성화 부분을 잘 살려나간다면 점점 국제 경쟁력을 갖춰나갈 수 있다고 본다. 요약하면 한국은 제조·임상 초기개발·기술수출에서 글로벌 경쟁력이 강하고, 장기적 혁신에서 신약·플랫폼 기술에서는 미국과 유럽 대비 아직 성장 여지가 많다. 아마도 여건은 미약하지만 ‘생산 강국 → 개발 강국 → 원천기술 강국’으로 발전하는 전형적인 성장곡선을 밟고 있는 국가다.”

-신승일 박사님께서는 셀트리온 창업, 국제백신연구소 유치 등 한국 바이오산업 태동에 큰 역할을 하셨다. 미국에서 유진텍을 설립·운영 및 한국에서 서정진 회장과 함께 셀트리온을 공동 창업했는데 동기와 과정, 어려웠던 점은요.

△신=“미국에서 유진텍을 설립했을 때는 정부와 전혀 관련이 없었다. 셀트리온도 한국 회사이긴 하지만 시작은 한·미 합작 형태였고, 대주주도 미국 쪽이었다. 기술과 운영체계, 단백질 같은 제품 개발 시스템은 모두 미국에서 담당했고, 한국은 그것을 받아 보급하는 구조였다. 한국에 그런 회사가 없었기 때문에 정부가 승인해준 것이고, 상장할 때 특례는 있었지만 정부가 관여한 적은 없었다. 처음엔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사업성이 있는지만 따졌다. 백신은 조금 달랐다. 처음부터 가난한 사람과 나라를 돕는 사회 봉사적 취지에서 출발했다. 회사나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봉사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유진텍과 셀트리온은 성격이 다르다.”

-스크립스코리아항체연구원에서는 어떤 연구를 중점적으로 하나요.

△정=“저희 연구원은 지난 15여년간 연구원의 운영 기반을 갖추고 항체신약개발을 위한 대부분의 핵심기술을 축적하고 있으며, 현재 연구본부내 항체연구센터, 신약개발지원센터, 미래감염병연구센터, AI항체융합연구센터, 4개 센터와 유효성평가부, 경영관리실 경영기획실 2실의 체제 아래 15명의 박사급 연구원을 비롯한 35명의 연구원을 포함한 총인원 48명이 혁신항체치료제 개발과 이를 위한 핵심 기술을 확보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핵심역할은 R&D이며 R&D 중에서도 항체신약개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항체 특화 공익연구기관이다. 춘천 본원에서는 암과 일반질환을 주요 타깃으로 홍천 분원(종사무소)은 감염병 바이러스를 타깃으로 항체 치료제 신약을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신약개발 과정 중(치료 타깃 발굴 및 검증, 유효/선도물질 발굴, 선도 물질 최적화를 거쳐) 신약 후보물질 도출까지가 주요 연구분야이며 항체 신약 기전 연구나 신약물질 특성 연구 등의 부수적 연구도 수행하고 있다. 주로 암 및 일반질환 치료용 항체와 감염병 치료용 항체를 개발하고 있고, 이중항체, 항체-약물접합체(ADC), 세포면역치료제 등의 혁신항체도 개발하고 있다. 개발 플렛폼으로 AI 기반 항체 개발 플렛폼을 개발하기 시작했으며, 고유한 바이오뱅크를 구축하기 위해 인간 면역세포 기원의 항체 라이브러리를 개발 중이고, 질환별 동물모델 등도 개발하고 있다. 강원도의 출연기관인 만큼 강원도 바이오전략산업을 통한 K-바이오클러스터 구축을 위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사명이다. 홍천군의 국가항체클러스터를 활성화하는 것이 중장기적 목표다. 이를 위해 기본적으로는 R&D를 통해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후보 항체 발굴 서비스와 항체 생산 서비스, 세포유효성평가 서비스, 동물실험 서비스 등 연구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생물안전 3등급시설(BL-3)등 오픈랩을 통한 연구시설 장비공동이용, 기업과 공동연구, 교육을 통한 전문가 육성 등 다양한 사업 등을 통해 항체중심의 기업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다.”

-AI와 빅데이터 기술을 융합한 정밀의학(4P 의학) 시대로 빠르게 진화하는 가운데 한국 의약 바이오 분야는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하는지요.

△신=“바이오 분야가 워낙 넓기 때문에 전체를 한꺼번에 이야기하는 건 어렵다. 유전학자이고 면역유전학을 공부한 입장에서 보면, AI(인공지능)와 결합된다면 맞춤형 의료로 가야 한다고 본다. 중요한 질병들은 결국 유전 인자와 연결돼 있는데, 그 유전 인자가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 지금 항암제를 예로 들어도 폐암 환자에게 쓰는 약이 있지만, 앞으로는 AI를 활용해 유전자 편집을 통해 환자 개개인에게 맞춘 의료가 가능해질 것이다. 한국은 AI도 잘하고, 바이오도 세계적인 수준이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개인 맞춤형 의료는 치료제뿐 아니라 진단도 잘 돼야 한다. 기술이 더 발전하면 단백질도 AI와 결합해 편집이 가능해질 것이고, 결국 단백질 역시 개인 맞춤형으로 편집하는 시대가 오지 않겠느냐고 본다.”

△정=“AI와 빅데이터 기술은 전 산업과 사회에 영향을 끼치고 있지만 가장 큰 혜택 분야는 바이오헬스 분야라는 전망이 이미 2000년 초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이 기술 자체의 발전속도도 빠르지만 이를 바이오헬쓰 분야에 적용하는 기술도 빠르게 진화되고 있어 진정한 4P 정밀의학이 눈앞에 와있다. 특히 한국은 AI·데이터·반도체 기반이 탄탄해 AI 신약개발, 디지털 헬스케어, 헬스데이터 플랫폼 분야에서 잠재력이 커 이를 집중 육성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난해 강원도가 유치한 국가 바이오 첨단전략산업특화단지에서의 강원도의 2개 핵심역할이 AI 기반 신약개발과 중소형 CDMO육성이다. 강원도 입장에서는 AI 기반 신약개발에 더욱 더 큰 힘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미 AI가 신약개발의 모든 과정에 활용되고 있어서 신약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높이는 신약을 10년에서 15년 걸리는 전체 개발 기간을 30~40% 줄일 수 있고 특히 초기 연구기간은 50~70%까지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기에 한국 전체적으로 AI 신약개발에 더욱 더 힘을 써야하며 강원도가 이 중심에 설 수 있다.”

-바이오 산업, 왜 중요한가요.

△신=“바이오 산업은 일상생활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식량 분야와도 연결된다. 세계 인구가 약 80억명이다. 앞으로 선진국 인구는 줄겠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는 계속 늘어 100억명까지 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렇게 되면 식량 문제가 크게 대두될 텐데, 특히 기후변화까지 겹치면서 이 문제는 결국 바이오가 해결해야 한다. 의학, 진단, 치료, 예방 분야도 모두 바이오가 핵심이다. 환경 정화, 예를 들어 미세플라스틱 문제도 결국 바이오가 해야 한다. 기후 문제도 있고 에너지 문제도 있는데, 이 모든 영역에서 바이오가 근본적으로 기여할 부분이 있다. 인간 사회의 중요한 거의 모든 분야에 바이오가 필요하며, 단순히 약 하나를 만드는 차원을 넘어서 더 악화시키지 않으면서 해결책을 만들어야 한다.”

△정=“IT 산업 등은 단지 편리함을 주지만, 바이오 산업은 인류 전체의 궁극의 꿈인 무병장수를 해결해줄 수 있는 유일한 산업이기 때문에 중요하고 인류최대의 난제인 질병·식량·환경문제를 해결해 줄수 있는 유일한 산업이다. 특히 바이오산업 중 바이오신약이나 헬스케어 관련 레드 바이오(의학·약학에 생명공학을 응용한 산업으로, 질병 예방·진단·치료와 신약·백신·줄기세포 등을 포함)시장이 가장 크다. 강원도의 경우도 그린바이오 등 여러 바이오산업이 있지만 가장 시장이 큰 Red Bio위주로 전략 분야의 전환이 필요하다.”

-바이오 산업을 글로벌 허브로 성장시키기 위해 필요한 정책 지원은요.

△신=“규제 완화 및 해소다. 연구와 기술 개발에 있어 규제를 걷어내야한다. 춘천의 바이오진흥원이나 홍천 국가항체클러스터처럼 시작은 잘했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이런 사업들을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끌고 가는 것이다. 성공이냐 실패냐를 가르는 핵심은 결국 인재를 얼마나 잘 유치하고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 부분이 잘 되면 성공할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 강원도가 비슷한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다른 지자체보다 앞서려면 인재를 끌어오고 키우는 데 특히 신경 써야 한다. 이건 과학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이며, 젊은 세대가 많이 와서 오래 머물며 일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클러스터는 정부가 기본적인 토대를 만들고 플랫폼을 깔아줘야 그 위에 기업이 올라올 수 있다고 본다. 강원도는 지금 잘하고 있고, 계속 그렇게 가야 한다. 분위기나 정세가 바뀌면 안 된다. 이런 일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다. 일본은 노벨상 수상자가 많지만 한국은 아직 없다. 한국은 과학을 꾸준히 오래 지원해본 적이 없고, 조금 하다가 방향을 바꾸곤 한다. 그렇다고 한국 사람이 능력이 부족한 게 아니라, 젊은 과학자들을 보면 세계적인 인재들이다. 기초연구를 할 수 있도록 꾸준히, 장기적으로 흔들리지 않게 지원해야 한다. 1~2년 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정=“2024년 현재 전체 의약품 매출 1위는 항체치료제인 Keytruda이고 연매출 30조를 넘고 있으며, 매출 top 10 중에 항체 의약품이 6개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항암항체 및 면역 치료제의 시장 수요가 급등하고 있고, 기후변화 등에 따라 팬데믹을 유발하는 신변종바이러스가 2~4년의 주기를 두고 지속 출현하여 인류 건강을 위협하고 있어서 펜더믹에 대비한 감염병 타깃의 백신이나 항체 치료제의 시장수요 역시 급증하고 있다. 그런데 1개의 글로벌 신약이 나오기까지 1조원의 투자, 7백만 시간의 연구 6500번의 실험 423명의 연구자가 필요하다. R&D 없이 바이오의약품을 개발한다는 것은 너무한 공짜심리가 아니가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러한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정책적 지원이나 제도 개선은 R&D 지원의 확대다.”

-바이오 기술 발전에 따라 생명윤리나 개인정보 보호 문제는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신=“1950년대부터 분자생물학과 유전학이 혁명적으로 발전해 왔고, 앞으로는 거의 모든 인간 유전병을 해독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갈 것이다. 실제로 유전병 중에는 염기 하나가 잘못된 경우가 있는데, 이제는 그런 부분을 찾아 고쳐줄 수 있는 기술도 등장했다. 더 발전하면 윤리적 문제가 반드시 생길 것이다. 돈이 많은 사람이 병 치료가 아니라 더 예쁘게 보이기 위해 유전자를 바꾸려 할 수도 있고, 국가 차원에서는 민족을 더 우수하게 만들겠다며 우생학적 시도를 할 위험도 있다. AI도 마찬가지로 기술이 인간보다 뛰어나지면 오히려 인간을 통제하려 하는 상황도 올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어떤 실험은 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등 윤리적·법적 근거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 기술이 발전한다고 해서 무조건 허용하거나, 반대로 겁나서 모두 막아버리는 일이 없도록 전문가들이 모여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

△정=“생명윤리, 동물생명윤리, 개인정보보호 문제는 날로 강화되고 있으며, 이런 부분은 사회가 선진화되면서 발생한 자연스런 현상이다. 당연히 존중되고 지켜지는 선에서 바이오기술의 발전을 위해 정책적인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는 다소 생명윤리를 양보하는 가운데 기술혁신을 이루어 최근 중국은 논문이나 특허 분야에서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신약개발 분야에서도 세계 3위를 차지하고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도 ‘재생의료 등 안전성 확보법’ 등을 통해 세포치료제부분의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 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빅데이터를 위한 임상시료의 경우 익명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등 발상의 전환으로 얼마든지 개인정보 보호안에서 기술이 양립할 수 있다. 강원도라는 장점을 이용해 새로운 아이디어로 균형점을 찾는 바이오 기술개발과 경쟁력 강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백신은 바이오산업에서 감염병 예방과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핵심 분야입니다. 국내 백신 산업을 글로벌 산업으로 성장시켜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정=“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팬데믹의 경우 신속대응성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감염병 출현 후 100일 내 대응을 가이드라인으로 설정해 놓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감염병에 대응하여 건강한 사람을 위한 백신개발과 감염병에 걸린 환자들을 위한 항체치료제 등 치료제의 신속 개발이 중요하며, COVID-19 시절 백신 확보에 문제가 있었던 경험 때문에 우리 정부 역시 미래감염병 백신 및 치료제의 신속 개발을 보건안보 차원의 핵심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신승일 박사님께서 씨앗을 뿌려 놓으신 국제백신연구소를 비롯한 대학 및 연구소의 백신 개발 역량과 COVID-19 시절 보여준 백신 생산 역량을 바탕으로 국제적으로 경쟁이 가능하기 때문에 반드시 글로벌 산업으로 성장시켜야 된다.”

-신 박사님께서는 B형 간염 백신 개발에 집중하셨고, 특히, 지난 2010년 북강원도 통천군 의약품관리소를 찾아 북한에 백신을 후원하셨는데요.

△신=“일본뇌염 백신이었다. 당시 국제 모니터링단이 현장을 직접 확인해야 했기 때문에, 원산에서 국도 7번을 타고 내가 일부러 강원도 쪽으로 가자고 했다. 백신을 지원하는 대신 우리가 선택한 곳을 직접 검증하겠다고 해서 6명과 함께 움직였다. 일본뇌염은 모기→돼지→사람으로 전염된다. 돼지가 숙주이고, 특정 모기가 돼지를 물고 사람을 물면서 감염이 되는 구조다. 예전엔 북쪽 지역에는 그런 모기가 없었던 것 같은데, 온난화 때문인지 북한에서도 환자가 생기기 시작했다. 전쟁 당시에는 뇌염 백신이 없어 많은 사람이 죽었고, 나도 어릴 때 뇌염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한국은 1970년대 후반부터 일본뇌염 백신을 접종하면서 뇌염 사망자가 없어졌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환자가 늘고 있다는 연락이 중국을 통해 들어왔다. 북한 측과 만나보니 인구통계나 사망자료는 기밀이라 공개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때 마침 게이츠 재단이 WHO와 함께 세계적으로 뇌염 백신 보급 운동을 하고 있었고, 한국을 ‘뇌염 퇴치 모범국가’로 평가하고 있었다. 그 재단을 찾아가 북한 문제를 설명했더니, 재단에서 돈을 대줘 백신을 구입해 북한에 전달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조건이 있었다. 일본뇌염 백신은 생백신이라 반드시 냉장보관(콜드체인)이 필요하고, 보관·운송·접종 과정까지 무균 상태가 유지돼야 한다. 가난한 지역은 이런 조건을 갖추기 어렵다. 그래서 우리가 조건을 제시했다. 냉장시설이 제대로 있는지, 접종 기록을 남길 수 있는지, 일회용 주사기가 준비돼 있는지 직접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강원도 방향으로 가 원산·통천 지역을 방문했고, 유치원에 어린이들을 모아 직접 접종을 했다. 현지 보건 인력에게 교육을 하고, 원산 의약품 보관소의 냉장시설도 점검했다. 통천에는 냉장고가 없어서, 스티로폼 박스에 얼음을 넣어 보관하며 접종을 진행했다. 평양에는 질병관리 관련 인력이 있었지만 백신 분야 경험이 부족해 훈련이 필요했다. 규제를 만들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지만 예산이 부족해 백신 200만 명분을 접종하려면 돈이 모자랐다. 재단에서 100만 달러를 냈지만 지방으로 내려보낼 예산이 없었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와 모금 캠페인을 시작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통해 북한 어린이 돕기 운동을 했고, 거기에 백신 후원회를 만들어 기금을 모았다. 연세대 소아과 교수들과 단체를 구성해 소아과 의사들에게도 후원을 받아 1억원을 모아 백신 접종을 진행했다. 이 일이 가능했던 이유는, 백신 보급을 위해 일생을 바친 전문 인력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난·교육·시스템 부족으로 백신이 보급되지 못하는 나라가 많지만, 한국은 지난 30년 동안 세계적으로 중요한 백신 개발·보급 중심지로 성장했다. 콜레라 같은 경우 백신이 없으면 수백만 명이 감염되고 사망한다. 가난한 나라에서는 콜레라, 이질, 말라리아로 많은 사람이 죽지만, 사실 한 아이에게 드는 비용은 1달러도 안 된다. 간염 백신도 과거엔 비쌌지만 지금은 가격이 크게 낮아져 세계적으로 무료 접종이 가능해졌다. 내가 백신을 개발했다기보다는, 백신이 개발되고 보급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생명과학과 기술이 AI기술과 병합되어 다양하게 빠르게 변하고 있는 시점에서 바이오산업 연구 분야와 시장 측면에서 유망한 분야를 꼽아주신다면요.

△정=“AI 활용기술로는 진단·디지털 병리와 임상시험 최적화가 가장 빠른 상업화·수익화가 가능한 분야이며, 중장기적으로는 단백질·항체 설계, 소분자 AI 설계가 R&D 파이프라인을 바꿔 상위 파이프라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항체 치료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홍천국가항체클러스터가 지난 달 1단계 준공되었고, 강원도가 AI 신약개발을 특화로 국가 바이오 첨단전략산업특화단지를 지난 해 유치한 것을 고려하면 AI를 활용한 항체 설계가 강원도 입장에서 가장 중요하고 유망한 분야다. 이를 시작하기 위해 스크립스항체연구원 내에 다음달에 AI항체융합연구센터를 개소한다.”

-강원도 바이오산업 현장을 둘러보신 소감 및 강원도 바이오산업(원주 디지털헬스·의료기기-강릉 천연물 바이오-춘천 바이오의약품) 추진에 대해 조언해주신다면요.

△신=“한국에 온 지 꽤 됐는데도 강원의 바이오산업에 대해 잘 몰랐었다. 와서 보니 여러 분야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낙관적이라고 느낀다. 특히 예전에 홍천은 강원도의 산골이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홍천 국가항체클러스터 안에 BL3 랩이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너무나 놀라웠다. 바이오 분야는 세계적으로 1등인 영역이 많지 않지만, 한국은 이 분야에서 세계 1등이라 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아직 기초연구는 부족한 면이 있지만, 그것은 원래 시간과 돈이 많이 드는 분야이고, 정치권에서도 오래 기다려줬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던 점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그런 기반이 더 갖춰지길 바란다. 전체적으로 매우 인상적이고 감동적이었다. 특히, 춘천 바이오산업진흥원에 고(故) 조규헌 강원대 화학공학과 교수의 동판이 있었는데, 조 박사가 너무 생각난다. 미국에 있을때 같은 연구소에 있었는데, 열정적인 학자였다.”

△정=“각 지역의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계속 강조해왔던 R&D지원 강화는 기본이다. 각 지역의 바이오 역시 AI를 활용해 4P 시대의 맞춤형 진단 및 치료/예방/재활을 위한 미래 바이오를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지역 산업 간의 강점을 활용한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협력의 모델이 창출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오픈 이노베이션을 위해 저희 연구원의 항체와 강릉 KIST 분원의 천연물을 결합한 항체-천연물 ADC(항체약물접헙체)를 개발하고 있는 것은 대표적인 모델 사업이다. 또한 각 클러스터 마다 고유한 창업활성화, 투자, 세제지원, 고용/수출 지원,규제 개선 등의 기업친화 성장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필요하며, 이를 위해 자치도내 이를 추진할 수 있는 강력한 콘트롤 타워 등 통합 클러스터 운영기관의 설립 운영이 필요하다.”

-1995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발족한 생물벤처사업육성연구회는 춘천이 나아가야할 길을 제언하며 바이오산업의 토대가 됐는데, 정 원장님도 함께 하셨다.

“맞다. 고(故)조규헌 강원대 화학공학과 교수를 주축으로 저, 그리고 전계택 강원대 분자생명과학과 명예교수, 홍억기 강원대 화공생물공학부 명예교수, 허원 강원대 생물공학과 교수, 전계택 강원대 분자생명과학과명예 교수, 김동진 한림대 환경생물공학과 교수 등이 의기투합해 만든 연구회로, 강원도에 생물산업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춘천시와 협력하며 육성계획을 수립했다. 산학연병 체계 등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데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강원도와 춘천시의 강력한 육성 의지와 (재)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 임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지금은 춘천바이오클러스터가 내생적 기업 5개의 코스닥 상장업체, 2024년 클러스터 년 매출 1조 5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국내 제일의 바이오클러스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춘천 바이오클러스터의 최초 설계자 중의 한 사람으로서 감개무량하다. 춘천 바이오클러스터가 국내 제일의 바이오클러스터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여태까지는 기업이 필요한 공간과 장비를 제공하고 기업의 성장단계 별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육성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었다. 하지만 춘천바이오클러스터가 계속 성장하고 제2의 도약을 이루기 위해서는 보스톤 클러스터의 핵심 성공 요인인 연구개발(R&D)을 통하여 계속 창업기업을 창출함과 동시에 클러스터 전체의 연구개발 역량을 제고해 입주기업의 사업영역을 고부가가치화해야한다. 역외 기업과의 공동 연구를 통한 신뢰도를 바탕으로 클러스터 내로 기업 유치가 가능하므로 클러스터 내 연구개발 거점 역할의 확대도 필요하다. 진흥원 자체 연구 역량으로 안되면 대학과 혁신기관과 저희 연구원 등 도내 연구기관과의 협력체제를 통한 R&D 강화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기능성 식품, 화장품 및 진단제품 위주의 춘천바이오클러스터의 핵심 전략 분야를 전체 바이오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바이오 신약, 백신, 개인 맞춤형 정밀의료 등의 고부가가치 레드바이오(Red Bio)로 전환하는 것도 제2의 도약을 위해 검토해야한다 레드바이오 중에서도 시장의 8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바이오 의약품으로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며, 바이오의약품 중에서도 가장 큰 시장을 이루고 있는 항체 의약품 및 항체 진단제의 전략적 육성이 요구된다.”

-강원도는 한·미·일 바이오 협력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가능할까요?

△신=“한·미·일 바이오 협력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대해, 우선 클러스터를 제대로 지원하려면 정부가 기반을 만들고 플랫폼을 구축한 뒤 그 위에 기업이 올라가야 한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강원도는 지금 잘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흔들리지 않고 계속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일은 시간이 걸리고, 정세가 바뀐다고 중단돼서는 안 된다. 일본은 노벨상을 20명 넘게 배출했지만 한국은 아직 없다. 한국이 과학을 오래 꾸준히 지원해본 적이 없고, 조금 하다가 바꾸는 일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국 사람들이 능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특히 젊은 한국 과학자들은 세계적인 인재들이다. 중요한 것은 기초연구를 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며, 이는 기업이 아니라 국가·지자체·사회가 함께 책임지고 해야 한다. 이런 과학 기반은 1~2년 안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며, 꾸준히, 장기적으로, 흔들림 없이 이어가야 한다고 본다.”

△정=“당연히 가능하다. 원래 협력이란 주고 받을 것이 있어야 가능한 것인데, 여태까지는 받을 것 만 있고 줄 것이 없었던 형국이었지만, 지금은 나름대로 항체나 천연물 분야 신약 등 특화 분야가 있고 특히 한국의 강점인 AI 기술을 접목한 신약기술 개발 플렛폼을 발빠르게 구축한다면 얼마든지 협력 요청이 들어 올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협력을 발판으로 김진태 도지사가 작년과 올해에 한미일 바이오 협력을 위한 MOU를 맺고 기반을 만들어 놓았기에 얼마든지 가능하다. 아울러 협력의 활성화를 위해 국제 협력 공동 개발에 필요한 어학 능력까지 소유한 전문 인력의 양성도 필요하다.”

-국가항체클러스터에 대해 설명해주신다면요.

△정=“홍천 국가항체클러스터는 2025년 10월 29일 1단계 준공식을 가졌다. 2021년부터 국비와 지방비 약 1100억원을 투입해 추진해온 스크립스코리아항체연구원의 ‘미래감염병연구센터’, 강원테크노파크의 ‘면역항체치료소재개발지원센터’, ‘중화항체치료제개발지원센터’가 완공되어 국내 최초 항체 중심의 항체산업클러스터의 인프라 기반이 조성된 것이다. 스크립스코리아항체연구원의 미래감염병연구센터는 Covid-19 등 미래감염병 항체 치료제를 연구개발할 뿐만 아니라 기업의 감염병 질환 연구를 위한 생물안전 3등급연구시설을 갖추고 오픈랩으로 운영하고 있다. 강원테크노파크의 중화항체치료제개발지원센터와 면역항체치료소재개발지원센터는 특정항체를 생산하는 면역세포를 분리하는 비컨(Beacon) 등 고가 장비와 기업의 입주 공간을 갖추고, 바이러스 중화항체 및 항암 면역항체 발굴 및 동물유효성 평가 등 기업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강원도와 홍천군은 향 후 2단계 사업으로서, 기업의 창업 공간과 입주 공간을 추가로 제공함으로써 기업 자체의 연구개발과 허가/생산 활동을 지원하는 “항체산업비지니스센터”, 기업유치 및 행재정적 비R&D 사업 지원을 위한 “종합지원센터”, 그리고 클러스터 입주 기업의 정주여건 개선을 위한 “행복주택”을 건립하면서 항체산업 혁신 기반을 구축할 예정이다. 또한 3단계 사업으로 2035년까지 항체산업 유관기관들을 입주시켜 첨단바이오산업체 60개를 유치함으로써 홍천국가항체클러스터를 완성한다는 야심찬 계획의 조기실현을 위해 노력 중이다. 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의 경우 기업입주 공간과 공동 연구/생산 장비 위주로 기업을 육성하고 바이오식품, 바이오진단, 생물의약품, 화장품 등 다양한 바이오산업군을 육성하고 있지만, 홍천 국가항체클러스터는 이와는 대조적으로, R&D위주로 기업을 유치 지원하고, 날로 시장이 커지고 있는 항체산업만을 특성화하여 지원 육성한다는 점이 차별점이 되겠다.”

-신승일 박사님은 원주 출신이다. 1960년대 초반 미국으로 건너가시는 등 해외 경험이 풍부하신데, 인생을 돌아보시면서 가장 가치있었다고 느끼신 장면은.

△신=“백신 관련 일을 시작한 건 사실 우연이었다. 전공도 아니었지만, 가장 필요로 하는 곳에서 가장 유용하게 쓰이는 것이 백신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백신 개발과 보급에 앞장서게 됐다. 시간을 지나 돌아보니, 198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 젊은 층의 B형 간염 보균율이 10%대였는데 지금 30대 이전은 0.5% 정도 수준이다. 간염·간암으로 젊어서 생명을 잃던 사람들이 적어도 수십만 명은 살아났을 것이다. 누군지 알 수는 없지만, 건강하게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그런 점을 보면 생명과학을 공부해 치료제나 예방약을 만드는 일은 과학자로서 충분히 할 만한 일이라고 느낀다. 어릴 때 홍천에는 반듯한 집 하나 없던 시절이었고, 내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때는 6·25 전후라 집에 먹을 것이 없어 학교 밖으로 나간 아이들도 많았다. 겨우 60년 전의 일이다. 그런 역사 속에서 자랐기 때문에 더 열심히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나라가 먹고살 만해졌으니, 가능한 한 나 개인이 아니라 사회를 위해 일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크다. 선진국은 개인의 돈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바이오 산업, 강원도 바이오산업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신=“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이나 홍천 국가항체클러스터처럼 시작은 아주 잘했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이런 사업들을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다. 성공 여부는 결국 인재를 얼마나 잘 유치하고, 또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 부분만 잘 되면 성공할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성공하기 어렵다. 강원도가 비슷한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다른 지자체보다 앞서가려면 인재를 모으고 키우는 일에 특히 집중해야 한다. 이것은 과학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사람의 문제다. 젊은 세대가 많이 와서 오래 머물며 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결국은 사람인데, 대학은 지성인을 만드는 곳이다. 지성인은 기술만 가지고 되는 것은 아니다. 역사, 철학, 예술. 그것을 공부하는 것이 대학의 교양 과목인데 우리나라가 부족한 측면이 있다. 사회적인 가치관의 문제도 중요하다.”

△정=“미래학자의 대부 짐데이터 명예교수가 한국이 해야할 2가지 도전 중 첫째는 더 이상 선진국을 따라가지 말고 스스로 선도국가가 될 것이고, 둘째는 지금껏 한국을 발전시켜온 경제와 정치논리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니 한국에 어울리는 새로운 길을찾을 것을 조언해 주셨다. 이제야 겨우 특별한 분야에서의 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했지만 시대는 선진국을 빠르게 따라가는 Fast mover가 아닌 First mover로의 정책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말이나 구호가 아닌 실질적 시스템이나 실천이 요구되고 있다. 또한 선진국의 바이오클러스터처럼 글로벌 벤처투자가 가능하고, 규제창업 및 성장 생태계가 혁신 기술이 도전할 수 있는 생태계 마련이 필요하다. 특히 강원도의 경우에는 전통산업과 혁신 산업의 조화 뿐만 아니라 AI 등 타 기술과의 융합이 꽃 필수 있는 환경 조성만이 차별화된 바이오산업을 창출할 수 있게 되리라 생각한다. 단기적으로는 대한민국 바이오산업의 약점은 국내 시장이 작고 R&D 투자가 미약하다 것이다. R&D 투자가 미약하다 보니 기초연구 및 원천 기술의 상대적으로 약해서 미국·유럽 대비 원천 기술 격차가 존재한다. 자체 개발한 블록버스터 신약은 아직 많지 않으며 글로벌 3상(허가-시장-진입)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글로벌 신약 출시 실적은 아직 제한적이다. 임상·제조 관련 전문 인력이 부족해서 인력 수급도 어렵다. 또한, 보수적인 투자환경으로 미국 대비 벤처캐피털, 상장 시장의 위험 감수도가 낮고 긴 개발 기간을 버틸 장기 자본이 부족하다. 하지만 R&D 규모는 작으나 R&D 비율이 높고 성장세가 빠르며 일부 글로벌 수준의 생산·수출 역량 및 AI 활용의 역동성 등 강점을 잘 살리면서, 앞서 언급한 원천기술 확보, 글로벌 신약 개발·출시 경험, 절대적 투자 규모 측면의 적극적인 보완이 이뤄진다면, 한국의 바이오 산업은 세계의 주목을 받고 나름대로의 고유한 롤 모델을 창출할 수 있다. 강원의 바이오도 한국의 바이오와 육성 전략이 다르지 않고, 단지 지금까지 특화된 춘천 홍천의 바이오의약품, 원주 의료기기, 강릉의 천연물 바이오 분야를 더욱 더 집중적으로 육성해나가면서 특성화함과 동시에, 각 바이오 간의 연계 협력을 강화해나 간다면 강원바이오 3+3 전략을 통해 강원형 K-바이오클러스터의 조기 실현이 가능하다.”

박지은, 이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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