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여름철 물가 쇼크
이상 기후 작황 불안 불가피
채소생육 직격탄→물가급등
베지플레이션에 장바구니 비상
유통업계 산지직송 시스템 구축
고랭지채소 전략품목 구성 판매
강원물산전 등 지역시리즈 마련
농림부 수급안정방안 등 논의
장마와 폭염이 반복되던 2018년과 기후위기의 체감을 뚜렷하게 만든 2024년 여름. 그리고 2025년, 기록적인 고온과 이상 강수량이 강원도 농산물 물가에도 다시금 파고들었다. 강원도 내 여름철 주요 채소류 가격은 다시 한 번 가파르게 상승했고, 소비자들의 장바구니는 더욱 가벼워졌다. 유통업계는 비교적 안정적인 수급이 가능한 고랭지 채소에 주목하고 있지만, 강원도 농가 역시 매년 더 치열해지는 기후의 벽 앞에 쉽지만은 않은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불안정한 기후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정된 가격과 품질을 유지하는 강원도산 고랭지 채소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유통업계도 발 빠르게 대응하며 강원 채소를 중심으로 한 전략적 상품 기획에 나섰다.
■ “배추 한 포기에 5900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올해(2025년) 7월 배추 가격은 5905원으로 집계됐다. 2024년 7월(4824원)과 비교하면 약 22.4% 상승한 수치다.
2018년 7월(4437원)과 비교해도 가격이 1400원 이상 올랐다. 2024년 8월엔 6397원까지 치솟으며 ‘한 포기 6000원 시대’라는 말이 현실이 됐고 2025년 6월에도 4174원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예고한 바 있다. 배추 외에도 주요 채소류 가격 상승이 이어졌다. 상추(적색)는 2024년 7월 1385원에서 8월 1687원으로 올랐고 올해도 같은기간 947원에서 1202원으로 올랐다. 깻잎은 지난달 2137원에서 이달 2598원으로 상승했다. 양배추도 4177원에서 4660원으로 오름세를 보였다.
폭염은 채소 생육을 더디게 만들고, 집중호우는 밭을 잠기게 하며 병해충 발생도 잦아진다. 강원도처럼 산지 환경의 장점을 가진 지역조차도 여름철 이상기후 앞에선 작황 불안을 피하기 어려운 셈이다.
■ 기후위기 물가 쇼크 대안없나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2020=100 기준)에 따르면 폭염이 기승을 부렸던 2018년과 2024년, 그리고 올해(2025년)에도 강원도 주요 채소류 가격은 극심한 등락을 보였다. 배추는 2018년 7월 68.46에서 8월 134.45로 두 배 가까이 치솟았고, 2024년에도 7월 99.40에서 8월 147.42로 급등했다. 올해 6월에도 76.13를 기록, 7월에는 97.66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상추 역시 2018년 7월 88.82에서 8월 139.45로 급등했고, 2024년 7월 135.73에서 8월 210.98로 폭등하며 여름철 대표적인 물가 급등 품목으로 나타났다. 2025년 7월 기준 깻잎은 124.94 로 여전히 평년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여름철마다 반복되는 기후 이변은 채소 생육에 직격탄을 날리며 작황 불안을 야기하고, 이는 곧 소비자물가지수의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가격 급등과 수급 불안을 동시에 겪는 악순환이 고착화되면서 유통업계와 소비자 모두 기후위기 시대의 실질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 유통업계, 강원 고랭지 채소로 물가 안정 ‘돌파구’ 찾는다
이 같은 베지플레이션(vegetable + inflation)에 대응해, 유통업계도 산지 전략을 바꾸고 있다.
폭염과 집중호우의 영향이 비교적 적은 강원도 산간 고랭지에서 재배된 채소는 품질이 일정하고 수급도 비교적 안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GS더프레시는 홍천 오이, 홍천 양배추, 철원 파프리카, 춘천 감자, 평창 브로콜리 등 대표 고랭지 채소를 전략 품목으로 구성해 1000~3000 원대의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선보이고 있다.
아울러 신선도 유지를 위해 산지 수확 직후 바로 저온 보관이 시작되는 ‘콜드체인(저온 유통망)’을 강화하고, 산지 직송 시스템을 구축해 유통 시간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GS더프레시는 이번 강원물산전을 시작으로 다양한 산지 채소를 활용한 ‘지역물산전’ 시리즈도 잇달아 전개할 예정이다.
■ 농식품부 수급 안정 방안 논의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6일 민간전문가 등이 참석하는 ‘농식품 수급상황 확대 점검회의’를 개최해 산지 및 소비지 동향, 향후 수급안정방안 등을 논의했다.
배추는 폭염 등으로 작황 부진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추석 전인 9월에 출하하는 물량은 늘어난 반면, 8월에 출하하는 물량은 재배면적이 감소하고 작황도 부진해 추가 가격 상승 가능성이 있다. 다만 산지유통인, 김치업체 등이 봄배추 저장량을 지난해보다 5% 늘려 가격 상승 폭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농식품부는 정부가용물량을 활용해 7월보다 공급량을 2배 늘려 매일 200~300t을 도매시장 등에 공급하고, 폭우 등으로 유실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 예비묘(재고 230만주)를 즉시 공급하는 등 생육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또 수입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에너지 비용 증가 등으로 물가상승 폭이 큰 가공식품은 수입원재료의 할당관세 적용 품목을 지속 확대하고 국산농산물 원료 구매자금 지원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함께 가공·유통업체 협업을 통해 할인행사 등을 진행해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고, 외식업체의 배달수수료 부담 완화를 위해 수수료가 저렴한 공공배달앱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프로모션 행사를 지속할 계획이다.
김종구 농식품부 식량정책실장은 “폭염, 폭우 등 불리한 기상 여건에도 불구하고 농축산물의 수급 상황이 급변하지 않도록 산지부터 소비지에 이르는 전과정에서 리스크 요인을 철저히 분석해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김혜정 기자 hyejkim@kado.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