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지상 좌담회
이주민에 대한 이중잣대 문제
평범한 노동자도 필요하다 인식
함께 사는 이웃으로 이해하고
그에 마땅한 제도적 지원 절실
일손부족 강원, 이들이 있어 다행입니다
강원도내 모든 지역에 등록 외국인은 20% 이상으로 미등록 외국인노동자가 ‘실재한다’고 한다. 숙련기능공뿐만이 아니라 이미 함께 살고 있는 미등록 외국인들이 강원도를 움직이게 하는 한축이 돼 있다. 관련 전문가들은 숙련된 노동자를 유입시키는 것은 다른 나라와 경쟁해야 하는 과제이고, 이미 함께 살고 있는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정책을 마련하고, 개선해야 하는 것은 당면 과제라고 말한다. 그리고 현재 우리가 외국인들을 단지 ‘노동력’으로 보고 있지 않은지, 이미 더불어 살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 미등록외국인 노동자가 증가 감소를 반복하면서도 결국 급증했다. 이들이 국내에 증가하는 원인을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한다면.
엄한진= 상대적으로 짧은 이주민 수용의 역사를 고려할 때 전체 체류 외국인 260만명의 16%인 43만명 정도의 미등록 이주민 수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은 미등록 문제가 중요한 사회문제가 됐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최근 미등록 이주민의 수가 늘어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이 컸다. 입국 제한 조치로 합법적 이주노동자가 국내로 들어오지 못해 그 수가 감소한 반면 체류자격을 연장하지 못하거나 합법적 체류기간을 초과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증가한 것이다.
최복규= 늘 그래왔듯이, 가장 주요한 원인은 일자리다. 예나 지금이나, 어느 땅을 막론하고 일자리를 찾아 생존하기 위해 이주하는 것이 이민의 본질이기도 하다. 우리나라가 주목받는 이유로 급속한 민주화와 경제발전으로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본적 인권이 보장되고, 임금체계도 나아졌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 법무부가 2027년까지 적용되는 제4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에서 미등록 외국인 단속만 지나치게 강화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엄한진= 최근 중앙정부의 외국인 정책은 상대적으로 조건이 좋은 외국인력에 초점을 두고 있다. 누구는 구애의 대상이고 누구는 관리의 대상이 되는 이주민에 대한 이중적인 잣대는 한국사회의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체류자격 여부를 떠나 외국인력의 존재가 절실한 기업이나 농가 등 현장의 요구와 괴리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엘리트 못지않게 평범한 노동자들도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최복규= 법무부의 계획은 크게 두가지로 미등록 외국인을 추방하는 것과 숙련기능공을 확대·유입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이민정책이라고 볼 수는 없고, 경영자에게 더 수월한 노동력을 제공하겠다는 것과 감시와 통제를 통해 외국인노동자를 도구화하는 것과 다름없다.
■ 강원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력 유치를 위해 어떤 정책을 도입한다면 이들이 이탈하지 않고 정착할 수 있을지.
허목화= 경상북도의 경우 지자체 가운데 최초로 ‘외국인 공동체과’를 신설했다. 외국인 공동체과는 지역특화형 비자 시범사업, 경북형 비자센터 설치와 운영, 외국인 정책 개발, 외국인 근로자 상담, 문화 체육활동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광주도 외국인 주민통합지원센터를 건립하여 법률, 문화, 교육, 외국인 지원 및 커뮤니티 공간 마련 등의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다른 지자체와 같이 외국인 노동자를 인구소멸에 직면한 강원특별자치도의 주요한 인구유입의 하나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 마무리 발언
엄한진= 미등록이라는 국가 차원의 지위가 주민으로서 지역에 살고 지역사회에 이바지할 기회, 인간으로서 조건 없이 누려야 할 권리를 침해할 수는 없다. 이런 의미에서 지역에서는 이주민을 출신 지역이나 법적 지위보다 지역 주민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요구되고 중앙정부와는 다른 차별성 있는 정책이 가능할 것이다. 미등록 논의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이들을 국민-비국민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인권을 가진 존재로, 같은 인류의 일원으로 바라보는 포용적인 시각이다.
허목화= 지난해 강원특별자치도 여성가족연구원의 연구에서 주목할 부분 중 하나는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조사에 참여한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의 절반은 한국에 이주 목적이 유학이었다. 이들이 처음부터 불법체류를 목적으로 한국에 이주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역사회에서 대학을 나오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미등록 외국인이 되는 사례가 많았다. 이들이 미등록외국인이 되지 않도록 예방 정책이 필요하다. 지속해 관심을 두고 정책을 개발하는 것이 절실하다.
최복규=이주노동자들이 모여있는 모습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던 강릉 시민들도 외국음식을 맛보는 일이 많아지고, 센터에서 러시아어를 배우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주노동자들이 등록이든 미등록이든 그냥 노동력이 아니라 함께 살고 있는 이웃이라는 점이다. 서로가 이웃으로 존중하고 함께 존재하며, 살아가면 좋겠다. 그에 마땅한 각종 제도도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끝] 정리=김영희·신정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